누가 주연이고 누가 조연일까?
Bone China는 일반 도자기에 비해 강도가 높고 보온성이 뛰어나다.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웨지우드는 본차이나 제품의 발상지인 영국을 대표하는 도자기 브랜드이다. 품질에 자신이 있다.
본차이나 제품의 높은 강도를 자랑하는 유니크한 이벤트가 웨지우드에 있다.
본차이나 커피 잔을 바닥에 놓고 그 위에 자동차를 올려 놓는 이벤트이다. 가짜가 아닌 실제 자동차를 올려놓는다. 보통 자동차의 하중이 평균 1.5톤이라고 한다. 즉 웨지우드 Bone China는 1.5톤 자동차의 무게도 견딜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Show다. 2005년 한국에서도 이벤트를 진행했다.
차력사가 엄청난 무게를 견디는 서커스를 즐겨보았던 유럽사람들이 고안해 낸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자동차나 코끼리 등을 사람 배 위에 올려 둔 차력 이벤트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주인공은 당연히 차력사라고 의심없이 나는 생각했다.
차력사가 들어올린 자동차나 코끼리는 아니겠지라고 말이다...
내 생각이 과연 반드시 맞는 것인가?
코끼리가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사실은 자기 몸무게가 생각보다 가볍다고 주장한다면?
자동차가 자기는 남들과는 다른 초경량 자동차여서 일반인도 들어올리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웨지우드 컵은 있으니 자동차를 대여해야 했다.
JAGUAR는 영국을 상징하는 자동차 브랜드이다. 웨지우드가 영국 브랜드이니 현대자동차를 갖다 놓는 것 보다는 영국 브랜드 JAGUAR를 올려 놓는 것이 소구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 재규어 마케팅 부서에 전화를 걸어 이벤트 취지를 설명하고 자동차 협찬을 의뢰했다.
“자동차를 커피컵 위에 올려놓는다고요??? 첫 반응이었다. 이미 영국에서 동일한 이벤트를 진행한 사례가 있기에 실패의 염려는 없다고 설득했다”
흥미로운 이벤트였고 홍보의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JAGUAR측도 무료로 자동차를 대여해주기로 하였다. 전시공간은 롯데백화점 잠실점1층 Elevator 홀 앞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자동차가 바퀴 위치에 놓인 네 개 컵 위에 올라가는 것이다. 네 개의 컵이 자동차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운전을 해서 컵 위에 올라갈 수 있다고는 상상하지 말아 달라. 그건 F1 우승 드라이버도 불가능하다.
소형 기중기가 동원되었다. 우선 컵 네 개를 바퀴위치에 각각 놓는다. 재규어를 들어올려서 네 개의 웨지우드 본차이나위에 살짝 올려놓는 작업이다. 여기서는 기중기 운전사의 숙련된 조종기술이 필요하다. 무게중심을 잘 잡고 정확히 내려놓아야 한다. 삐끗해서 컵 하나가 파손되었다. 여분의 컵은 준비되어 있지만 이대로 계속 실패하면 어떻 하지 하는 우려가 일순 들었다.
우려와 달리 성공했다. Jaguar자동차가 Wedgwood Bonechina 컵위에 올려졌다. 내 평생 처음 보는 장면이었다. 본차이나가 아니라 일반 도기나 플라스틱 컵은 상상도 못할 것이라고 혼자서 중얼거렸다. 물론 실험을 안 해봤으니 검증되지는 않았다.
이제 다음날 일간지 유통경제면에 "웨지우드 컵의 고강도와 유니크함이 전국적으로 뿌려 지리라" 기대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개인 소셜미디어나 인플루언서 개념이 없었을 때이다. 일간지와 잡지 홍보가 대세였다.
다음 날 일간신문에 노출된 홍보사진과 기사들을 보고 뒤통수를 얻어 맞은 느낌이 들었다.
웨지우드 컵은 잘 안보이고 Jaguar가 주인공처럼 보였다. 웨지우드 본차이나가 강하다는 내용의 기사도 있었으나 재규어 신차가 가볍다는 신문기사가 더 많았다.
알고 보니 재규어 홍보팀은 단순히 재규어 자동차를 조연으로 등장시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재규어 신차의 가벼움을 홍보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벤트에 참여했다. 재규어에 초청한 산업부 기자들은 재규어의 가벼움에 중심을 맞추고 기사 타이틀을 달았다.
뭐지 이 기분.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받아가는 기분이 이런 건가? 곰이 되었다. 엄청난 무게를 견딘 차력사가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차력사 배위에 올라탄 코끼리가 가볍다고 주인공이 된 건가?
오늘밤 주인공은 나야나. 프로듀스 101에서 아이돌 후보들이 저마다 자기가 주인공이라고 소리친다. Co-Marketing을 할 때는 저마다 주인공이라고 소리칠 것이다. 모두가 주인공이 되면 좋겠지만, 결과는 예측불허이다.
자동차 밑에 묵묵히 놓여 있는 WEDGWOOD커피컵이 주인공인가? 네개의 컵 위에 사뿐히 올라가 있는 JAGUAR가 주인공인가?
웨지우드가 기획한 이벤트이니 당연히 WEDGWOOD일 거라 순진하게 생각했지만 JAGUAR는 자기가 주인공이라 생각해고 이벤트에 나섰다. 누구를 주인공이라 생각할지는 보는 관중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대다수 관중은 미디어에서 말하는 주인공을 먼저 보는 경향이 있다.
인생에서 잊혀 지지 않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Co-marketing을 할 때 협업 브랜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결국 누가 주연이고 조연인지를 시나리오에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는 것. 자칫하면 주연과 조연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 관객입장에서는 뭐 상관없겠지만 주연이라 생각했던 입장에서는 허탈할 수도 있다는 점. 비싼 경험이었다.
이벤트를 진행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자동차에 흥미와 지식이 없어서인지, 고급세단 승용차가 가볍다는 게
얼마나 고객에게 어필하는 포인트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나의 기억속에 그날의 이벤트의 결론은,,
“웨지우드 커피잔은 강하고 재규어 자동차는 가볍다“ 였다
더욱 더 잊혀지지 않는 교훈,
재규어는 한 없이 가벼운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