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라뒤레
인생에서 처음 먹었던 햄버거 브랜드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처음 먹어본 때도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카롱(Macaron)이라는 새로운 과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기억난다.
패션회사 신세계인터내셔널은 2012년 12월쯤 라뒤레(Laduree)라는 프랑스 브랜드를 신세계 강남점에 오픈했다. ‘라뒤레’라는 브랜드는 나에겐 생소했다. 1862년 창업한 이 제과점은 프랑스 샹젤리제 거리에 본점이 있어서 파리로 여행 가는 미식가는 한 번쯤은 들르는 명소다. 백화점 1층에 제과점(?)이라니 다소 생뚱맞았다. 아마도 프랑스 브랜드 본사와의 계약서에 1층에 매장을 두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으리라 추정했다.
브랜드 ‘라뒤레’에서 파는 조그만 과자가 Macaron이라고 하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조그만 과자 하나가 3,500원 정도 하는 것에 화들짝 놀랐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정도 가격은 전혀 놀랍지 않다. 동네 제과점에서 파는 마카롱도 3000원대는 평범하다고 느껴진다. 10년간 소비자가 인플레가 된 것도 있겠지만 마카롱이라는 과자가 고급 과자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서 가격저항이 없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2013년 언제쯤인지 재고처리 목적으로 의심되는(?) 라뒤레 마카롱 세트를 사내 직원들에게 선물로 주었다. 태어나서 처음 마카롱을 접한 순간이었다. “앗. 이건 너무 달잖아. 커피 없이는 못 먹겠군”이 첫 느낌이었다.
라뒤레에서 생전 처음 마카롱을 접하였으니, 마카롱은 라뒤레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인가? 내가 먹는 과자가 라뒤레인지 마카롱 인지도 헷갈렸다. 라뒤레에서 제조 특허권이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베이커리 체인점이나 편의점에서도 마카롱 제품을 만날 수 있었다
라뒤레 마카롱을 먹고 나서 맛 본 천 원짜리 편의점 마카롱은 분명 라뒤레 마카롱과는 다른 맛이었다. 내가 처음 맛 봇 마카롱에는 못 미치는 맛이었다. 최고급 와인을 처음 맛본 사람이 편의점에서 파는 싸구려 와인을 먹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지도.
한국은 트렌드 확산이 빠르다. 짧은 기간에 마카롱은 대중적인 과자가 된 것 같았다. 마카롱의 몸집을 키운 ‘뚱 까롱’(뚱뚱한 마카롱)이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역시 한국은 Fast Follower인가?
너도나도 마카롱을 만들어 파는 와중에 ‘프랑스 마카롱의 원조’ 라뒤레는 신세계 강남점 1층의 자리를 더 이상 지키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은 계약 종료와 함께 한국에서 철수했다.
한국보다 4년 앞서 2008년 도쿄 긴자에 라뒤레 1호점을 오픈한 일본은 현재 전국에 14개의 라뒤레 점포를 영하고 있다. 여전히 성업 중이다. 일본인은 케이크류나 디저트류를 スウィーツ(Sweets)라고 부르며, 단것을 좋아하는 민족 특성이 있다.
2022년 9월 코로나 와중에 시장조사차 일본 토교 출장을 갔다. 여러 백화점을 둘러봤다.
긴자 미쯔코시 백화점과 'GINZA SIX'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양하고 많은 Sweets 매장이 있다는 점이었다. Sweets(단 것)가 하나의 상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인은 프랑스 문화를 상류층 문화로 동경하고 좋아한다. 오랜 전통을 높은 가치로 삼는다. 100년 상점이 많다. 그래서 160년 된 프랑스 브랜드 라뒤레 역시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긴자 미쯔코시 백화점 2층에 있는 '라뒤레 살롱 드 떼'에서 마카롱과 커피를 즐기는 많은 일본인의 모습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은 외모는 비슷하지만 음식문화는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라뒤레를 이웃 일본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조금은 반가웠다.
나에게 마카롱이라는 과자를 처음 알게 해 준 브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