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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수레 Sep 01. 2022

I Know your Father

영국 작은 도시에서 들었던 이 말. 

잉글랜드 중서부에 위치한 Stoke-on-trent는 인구 25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며 영국 도자기의 성지다. 

이 도시 프로축구팀인  스토크시티 FC의 애칭은 The Potters(도공들)이다. 도자기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어느 도시보다 강하다. 지금도 수백 개의 도자기 공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백 년 영국 도자기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도자기 역사를 탐방하러 스토크 온 트렌트를 찾는다. 


그런 스토크 온 트렌트에서도 대표적인 관광지가 WEDGWOOD 박물관과 Visitor Center이다. 

 WEDGWOOD박물관에는 250년 웨지우드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작품과 창업가인 웨지우드 경이 남긴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Visitor Cener에서는 기념품을 판매하고, 관광객이 직접 점토로 도자기를 빚어보는 실습 프로그램이 있다.  


2007년도 봄, 웨지우드를 수입 판매하는 팀장이었던 나는  업무차, 이곳 스토크 온 트렌트를 방문하여 웨지우드 박물관과 Visitor Center를 견학하였다. 박물관 옆, 웨지우드 사무동 앞 잔디광장에는 여러 개의 국기봉이 설치되어 있었다. 내가 방문하는 날, 웨지우드 본사 오피스에는 태극기가 게양되었다. 외국 손님이 오는 날 맞추어 그 나라 국기를 게양하는 듯했다.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글로벌 회사다운 발상이었다. 멀리 영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보는 태극기는 생소했지만  반갑고 가슴 벅찼다. 




웨지우드 본사 Visitor Center에서 식사를 하였다. 그곳에서 은퇴한 노인들과 우연히 인사를 하게 되었다. 80세는 넘어 보이는 영국 노신사는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대뜸 “ I Know Your Father”라고 말하였다. 그 말을 듣고 짧은 순간, 당황했다....


머릿속 회로가 빠르게 회전했다. 우리 아버지가 이 영국 노신사와 무슨 인연이 있었단 말이지?

그 노신사가 내 인적사항을 미리 조사하고, 아버지 이름까지 알아내 자기와 과거 인연이 있었단 것을 알아냈단 말인가? 

설마??? 그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내 아버지가 해외에서 거주하거나 해외 관련 비즈니스를 한 적도 없지 않은가?  아 맞다.. 아버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다... 

그럼 베트남전에 같이 참전했나? 미군과 한국군이 베트남전에 참전한 것은 알았지만, 영국군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었나?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 해도, 우리 아버지가 베트남전 참전군인임을 말하지도 않았고 알 리도 없다. 내 머릿속에서는 필름처럼 아버지의 인생이 돌아갔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나의 궁금증과 당황함은 이내 풀렸다. 

이어진 노 신사의 말에서, 'your Father'는 나의 친부가 아니라, 더 윗세대인 6.25 전쟁 당시의 한국인을 말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15년 전, 영국 중서부 시골 도시의 노인에게 한국이란 이미지는  6.25 전쟁 당시 TV에서 보았던 한국인이 전부였던 것이다. 

맙소사... 



2020년대 현재, 영국인들에게 한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더 이상 한국전쟁은 아닐 테다. 

2019년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공연한 BTS 콘서트 티켓은 발매 동시에 매진, 10만 명이 지켜보았다. 

2021년 런던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한국 대통령이 초대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은 높아졌다. 


2020년대에 다시 스토크 온 트렌트를 방문하여 한국인이라고 밝힌다면, 

15년 전에 들었던 말, “ I Know Your Father”라는 말은 듣지 않을 꺼라 생각한다.  

“ I Love BTS”, "I Love Squid Game", "I Love K Pop", "I Love K food"일 거라고 추측해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I Know your father (난 너의 부모세대를 알아)는, 과거의 한국 모습을 안다는 것이었다.  

I Love K Culture는 현재의 한국문화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과거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는 한 번은 만날 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만남이 지속되기 어렵다.

과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현재의 콘텐츠가 부족하다.

국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과거 사건으로만 기억되는 나라가 아니라 현재 스토리로 주목받는 나라가 한국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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