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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수레 Aug 30. 2022

현실에서 '우영우'가 보였다

알게 되니 보였다

모처럼 휴일에 도서관을 찾았다.

열람실에서 한 참 책을 읽고 나서 잠시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출입구로 향했다. 

한 사람 겨우 들고 날 폭 좁은 출입구로 들어오는 한 청년과 마주쳤다.   

10대 후반 아니면 20대 초반 가량 되었을까, 몸집이 통통하고 얼굴은 앳되보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거의 동시에 들어서는 순간, 난 상대를 의식하며 살짝 옆으로 비켜서는 동작을 취하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슬쩍 그를 바라봤다. 

내 행동은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못한 채?), 청년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직진해 들어가 버렸다.  

내 딴에는 상대방을 배려한 것이었는데, 그는 조금이라도 나를 의식하거나 목례를 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전방만을 응시한 채 그 청년은 빠르게 들어갔다. 


조금은 머쓱해지고 불쾌해졌다.  "참, 매너 없는 친굴세" 하는 생각과 함께, 찰나의 순간에 바라본 그 청년의 눈동자에서 주위를 살피지 않고 앞만 바라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마 시간쯤 후 도서관 사서 업무 데스크 옆, 서고에 진열된 책을 서서 훑어보고 있었다. 

저 만치서 아까 그 청년이 손에는 핸드폰을 쥔 채, 도서관 사서쪽을 향해 잰 걸음으로 걸어왔다. 

또렷한 목소리로 "WIFI 없는데요"라고 사서분들이 앉아있는 데스크를 향해 소리쳤다. 특정 사서 앞으로 가서 정중하게 물어보는 것이 아니었다. 여러 명이 다 들으라고 그러는 것이었는지, 화가 났는지 큰 소리로 외쳤다.  단도직입이었다. "죄송한데요" 라던지, "혹시~ "라던지, 이런 의례적인 이음말 들은 없었다.  


한 사서분이 바로 옆, WIFI 네트워크명과 비번 설명서가 놓인 데스크를 안내하고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 청년은 "OO도서관 네트워크 안 잡혀요" 이 말을 음의 고저 변화 없이 3번 정도를 똑같이 반복했다.


더 이상 말로 설명하기 힘들었는지, 사서분은  직접 그 청년의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WIFI 네트워크를 찾아서 연결해주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쩌렁쩌렁 말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기 좌석으로 돌아갔다. 


1분 남짓 청년과 사서와의 응대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짧은 드라마 에피소드를 본 것 같았다

내 마음의 감정은 처음에는 짜증과 불쾌함(공중 에티켓을 모르는 청년에 대한)이었다.

이후에는 흥미(과연 어떻게 마무리될 까?)로 바뀌었다. 

마지막 결말은 청년이 뭔가 다르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면서 공감과 연민(동정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청년은 아마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우'였다. 




"아~아,  그렇구나!, 저 청년은 무례한 것이 아니었구나, 순수했구나"라는 공감과 연민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나서 가능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변호사 우영우가 보여준 '자폐 스펙트럼 장애우'의 여러 가지 극 중 모습을 그 청년은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냈다. 


드라마가 그토록 화제가 되지 않았어도, 난 '자폐 스펙트럼 장애우'의 특성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

'정상이 아니구나 쯤으로 치부해 버리지 않았을까?


사람 간의 대화에서 매너는 지켜야 한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경청해야 한다. 

공중도덕은 지켜야 한다 = 도서관에서는 정숙해야 한다. 크게 소리쳐서  독서하는 타인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 


맞다. 그 정도쯤 상식이라고 치부하고,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난한다. 

하지만, 누군가에는 그 당연한 상식이 상식이 아닐 수 있음을 드라마가 많은 이에게 일깨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익숙해 진  말처럼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어렴풋이 알게 되자 그 청년의 행동이 보였다

청년은 본인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다고 해명하지 않았다(아니 못했을는지도..)

내가 청년의 행동을 보고 미루어 짐작했다.


'우영우'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내 마음속에 그 청년이 보이지 않았을는지 모른다

설령 보였더라도 '우영우'를 알고 난 이후 말랑말랑해진 감정을 갖지는 못했을 것 같다


혹시, 우리가 잘 몰랐던 또 다른 형태의 우영우가 우리사회는 있지 않을까. 

일반인이라 불리는 사람과 조금은 다른,  그래서 중심에서 벗어났다고 치부되는 사람들 말이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 성 소수자,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 등, 


그들도 우리가 좀 더 알게 된다면 따뜻한 시선과 연민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내가 '우영우'를 만나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우에 대한 시선이 바뀐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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