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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t Nov 26. 2024

글쓰기


글을 쓴다는 게 쉬운 노릇은 아니다. 글은 마음 내키는 데로 자유롭게 쓰라고 하지만, 어떤 장르이든 그것을 기술하는 일에는 바탕이 있어야 한다. 지식을 잔뜩 전시하든 소설을 쓰던, 거기에는 자신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논문이나 비평같은 딱딱한 글을 쓰더라도 자신의 견해가 중요한 지위를 점한다. 이런 부류는 자신의 정보, 지식 부족을 탓하면 되겠지만, 거기에도 자신의 세계관을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 이것보다는 자신의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소설은 어떤가?
자신의 직접 체험 미비, 심연같은 사유는 덜 갖추어도 될 것 같은데, 여기에서도 한계는 자기 이야기이다. 아무리 허구를 서술해도 결국 그것은 자기 진술의 변주곡이다. 그래서 모든 종류를 불문하고 곤경에 부딪힌다. 시같은 경우엔 이를 은유적 기법으로 추상하므로 저항이 좀 덜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의 보이지 않는 면, 저것의 덜 건드린 부분, 이런저런 상징적 과 등을 하나하나 추상한다는 게 또한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가?
그래서 손길이 미친 게 그것들의 중간쯤 된다고 느껴진 수필이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 부문에서 올해 소소한 동네 글짓기 수상을 두 차례 맞이했다.
비록 작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서 작은 격려라도 받았으니 충분히 만족한다. 만약 내년에도 이런 작은 활동을 계속한다면, 지난 일들을 심도있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자신의 서사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게 큰 약점이다.
한결같이 듣는 충고이지만, 어떤 글이든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고 한다. 처음에 나는 이것을 오인했다.
그래서 남의 눈치는 보지 않는다는 미명하에 그냥  글을 썼다. 그런데 그것은 타인을 모방하지 말고 자기만의 글을 쓰라는 것이지, 그냥 쓰라는 건 아니었다. 남이 어떻게 기술하는지를 참고해 자신의 스토리로 풀어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수차례 불인정의 경과를 거치니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비유를 붙이자면, 영어 회회나 마찬가지였다. 즉 영어권 실생활을 겪지 않으니 외국인과 대화를 하고자 하면 몇 문장에서 바닥을 드러낸다. 그러면 계속적으로 말을 이어갈 쉬운 표현법은 모르는 상태이고
그러다보니 잘 쓰지도 않는 단어를 기계적으로 끼워 넣는 것이다. 그나마 학창 시절에 외웠던 단어가 알맞게 떠오르기나 하면 다행인 데 그렇지 못하다.
결국 자기 표현은 멀어지고 만다. 글을 쓸 때도 동일한 곤경을 겪는다. 자기 서사가 없으니 낱말만 마구 늘어 놓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무슨 체험과 서사를 만들어 내기는 더욱 힘들다.
물론 소설같은 경우에도 전적으로 작가의 직접 서사를 녹여낼 수는 없다. 불가피하게 타인에 의한 건접 체험과 상상력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느끼는 것인데, 글쓴다는 것은 썼다가 지우는 것을 반복하면서 곤궁을 탈출하는 것이다. 곤경이 앞에 있어서도 좋지만, 안되면 만들어가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 말은 쉽지만, 어떤 장애를 만들어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암튼 현재로서는 그게 다가올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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