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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은선씨 Dec 10. 2024

수영 강사 아내, 어때?

수영 강사 아내의 모든 것

  수영 강사 와이프로 사는 것 어때?

 남편의 직업이 수영강사라고 하면 100에 90은 저런 질문을 한다.

내 남편은 20년 된 배테랑 수영강사다. 파란 물살을 이며 물속에서 튀어 오르는 물개 한 마리를 본 뒤로 내 인생은 그 물결 따라 여기까지 흘러왔다.


그럼 저 질문의도는 무엇일까?


선생님 와이프로 사는 건 어때? 공무원 와이프로 사는 건 어때? 사업가 와이프로 사는 건 어때?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수영강사 와이프로 사는 삶은 어떤지 꽤나 궁금한가 보다. 아마 이 질문은

“수영 강사 와이프로 사는 것 불안하고 힘들지 않아?”

이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니 그분들 나의 삶이 어떠한지 공개해도 괜찮치않을까 한다


 한때 사회적으로 수영강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한 20년 전쯤일까) 남편의 연배로 비교하자면 배우 이태곤 님이 계시고 요즘 들어는 성훈, 김영광, 남주혁, 덱스까지. 수영 유망주 또는 강사 출신이다. 떡 벌어진 어깨에 큰 키, 늘씬한 몸매. 딱 봐도 비주얼이 좋으니 연예인으로 딱이다.


하지만 이 비주얼이 좋다는 것이 직업으로서의 수영강사 문제.

출처 유퀴즈 온 더 블록 덱스 편

 비주얼이 좋다 보니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고 문란하다는 이미지가 조성됐다. 20년 동안 남편의 직장동료들을 지켜본 결과 실제 그런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다. 하지만 이건 다른 직장인들도 마찬가지 아닌가? 어디선가 불륜 1위가 오피스 커플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불편한 관계가 만연하다는 것인데. 유독 수영 강사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 수영강사와 연애하고 계신 분들. 안심하세요.

바람은 물살이 이는 곳에서만 부는 것이 아니랍니다. 사막에서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니까요.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괜찮은 직업이다. 이 직업은 뱃살을 감출 수가 없다. 늙은 남자가 수영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니 어떤 여자에게도 매력 어필이 될 리가. 오히려 매력 반감이. 남들은 꽁꽁 숨기고 다니는데 여기는 다 드러내놓고 다니니 나이가 들수록 바람 걱정 없는 안정적인 직업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바람 잘 날 없을까 봐’ 걱정은 이만 접어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 본다. 두구두구. 다음 문제는.

경제적 능력이다.

첫 번째 문제처럼 마음을 달리 먹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먹고사는 문제이다.

자녀를 한 명만 낳는다 치더라도 세 식구 보금자리 대출, 타고 다닐 차 할부, 아이 학원비,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바깥 바람 쐬며 고기 먹을 만큼은 벌어야 할텐데. (해외여행까지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봉은. 20년을 일했지만 9시간 근무해도 월 300 정도. 적은 돈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 위에서 말한 것들을 하고 살려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이 월급으로는 영원히 내 집 마련은 먼 나라 이야기.

우리 집 남의 편도 이러이러한 이유로 사이드 잡을 고민 했고 실제 자영업을 함께 하고 있다. 남편의 직장 선배는 올해 시설공단 수영장을 그만두고 사설 수영장 여러 곳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강습을 나간다. 이제 수영유투버들은 흔하디 흔하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꽝인 가장이다.     

개  털

그렇다면 아버지로서의 수영 강사는 어떨까.

 이런 경우는 교육계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이 겪으시는 일인 것 같다.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내 자식은 못 가르친다’

맞다. 수영도 전혀 다르지 않고 딱 맞다. 내 자식 수영은 아빠가 못 가르친다.

일단 아이를 가르치려면 물속에 빠트리고 시작해야 하는데 아이는 물이 공포스럽다. 매달리는 아이를 떼어내 살아 나오라 물속에 던지는 독종 아빠는. 글쎄. 얼마나 있을까. 굳이 생존 수영이 아니더라도 아빠 수업에 넣었다가는 “무서워요” 징징이 때문에 수업 물을 흐릴 판이다.   

헌데 참 신기한 것이 수영강사 자녀들은 대부분 수영을 잘한다(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저만의 사견입니다만)

우리 집 아이들만 해도 그렇다. 축구는 헛발질, 야구는 헛스윙이 기본인 아이들인데 그래도 수영만큼은 아마추어 시대회에 출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이니 나쁜 실력은 아니다. 그렇다면 수영에만 선택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일까. 전혀 아니다. 굉장히 주관적으로 분석해 보자면. 비법은 아빠가 가르치지 않은 것이다.


아빠가 가르치지 않으면 된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읆는다고 아빠가 수영하는 모습을 걸음마 떼기 전부터 보아온 아이들은 수영을 해야 되는 이유를 그저 보고 배웠을 뿐이다.

아빠에게 배우는 것은 싫다. 하지만 멋있기는 하다. 그래서 외주를 주는 것이다. 처음 시작은 좋은 강사님에게 보낸다. 발차기하고, 물속에 머리 넣고,  쉬고, 자유형까지는 외주에 맡긴다. 그리고 나면 아이들이 커 있다. 물을 보며 엉엉 우는 아기는 이제 없다. 물속이 마냥 자유로운 어린이가 신나게 발을 차고 있을 뿐. 그때부터는 어깨떡 벌이진 아버님께 보내면 게임은 끝난다. 주말은 아빠 특강, 주중은 시에서 운영하는 수영센터. 이 조합으로 1년 정도만 하면 학교 생존 수영 수업에서  어깨 좀  피고 개죽지를 펼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에이스가 되어있다.  

달에 수십만 원씩 하는 강습료를 남편 덕분에 막았으니 박봉 남편이 멋있어 보이는 안 되는 순간이다.


그럼 나의 선생님으로서 남편은 어떨까?

응? 스승이라니? 남편이, 애들 아빠가 수영 강사라며? 아내의 수영 선생님은 무슨 소리야?  

다들 의아해하는데. 그렇다. 나는 남편 반의 수영 강습생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만나요~



*아이 수영 가르치기 꿀팁

1. 부모님이 아무리 수영을 잘하셔도(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으시더라도) 처음은 강사님께 보내세요

아이들은 물에 얼굴을 넣는 것 매우 공포스럽게 느끼기 때문에 부모님들께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아이들은 선생님 말씀은 잘 듣는답니다.

2. 사설수영장은 강습료가 많이 비싸요.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공단소속 수영장으로 보내시면 훨씬 저렴한 강습료로 배울 수 있습니다. 강습의 질은 큰 차이가 없어요. 아이들은 오히려 친구들이 많은 곳에서 배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단, 1학년부터 가능해요.

3. 유치원생은 어쩔 수 없이 사설수영장에서 시작해야 해요. (유아들은 샤워부터 옷 입고 머리 말리기까지 챙겨주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강습료가 비싼 이유가 있죠) 7살 여름방학쯤부터 시작해서 1학년이 되면 시설공단소속 수영장으로 옮기시면 좋습니다.

4. 시설관리공단 소속 수영장은 기초반 경쟁률이 가장 심해요. 사설수영장에서 초급까지 배우고 중급으로 등록을 하면 당첨 확률이 훨씬 높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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