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 고속도로를 타고 충북 괴산을 지나 경상도로 넘어갈 때 고개를 하나 만납니다.
지금은 차로 넘나들지만, 조선시대 남쪽에서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 가는 길에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험난한 코스였습니다. 이 고개를 넘지 못하면 과거 시험에 응시 조차 할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마지막 관문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위치를 말하자면, 경상북도 문경이며 흔히 ‘문경새재’라는 고유명사로 더 친숙하게 알려져 있는 곳입니다. 아래 지도에서 대략 태극기가 펼쳐져 있는 지점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지리적인 위치를 찾아봅니다. 소백산맥 줄기에 있는 ‘조령’입니다. 조령은 ‘鳥嶺’으로 씁니다. 하늘을 나는 새를 뜻하는 ‘鳥 (새 조)’와 고개, 산줄기 또는 산봉우리를 뜻하는 글자 嶺 (고개 령)입니다. 또 다른 순우리말 표현으로 ‘재’라고도 합니다.
鳥 (새 ) + 嶺 (재)
즉, ‘조령’을 순우리말로 바꾸면 ‘새재’가 됩니다. ‘조령’이라는 한자어 지명과, ‘문경새재’라는 고유어 지명이 이렇게 연결 됩니다. 즉, 문경새재와 조령은 같은 곳입니다.
정리하자면,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만큼 높고 힘든 고개라서 ‘새고개’, 또는 ‘새재’라는 명칭이 붙여졌을 것이고, 그 고개가 있는 지역이 문경이라서 ‘문경새재’가 되었고 ‘새재’의 유래에 따른 의미를 살려 한자어 명칭을 만드니 ‘조령(鳥嶺)’ 이라는 지명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금의 경상남북도를 칭하는 ‘영남(嶺南)’이라는 용어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영남(嶺南)은 ‘고개의 남쪽’이라는 뜻이며, 여기서 말하는 고개가 문경새재입니다. 바꿔 말하면, 문경새재의 남쪽이 영남(嶺南)지역입니다. 이렇게 이 고개는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그래서 생활환경과 지역을 구분하는 중요한 경계선 역할을 해 왔습니다.
‘재’라는 고유어를 접하다 보니, 학교 다닐 때 배워 아직도 입에 붙어 있는 시조가 생각납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긴 밭을 언제갈려 하느니
물론, 누가 지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습니다. ^.^ 찾아보니 남구만 이라는 사람이네요. 얼핏 기억이 납니다만, 역시 뭐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좀 더 찾아보니 조선 숙종 때 영의정까지 하신 분이군요. 원래 서인이었는데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하자 소론의 영수가 되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잘하면 드라마 ‘대박’에도 잠시 등장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