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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들 (1) 영조와 사도세자

비밀의 문 VS 사도

by 박준호

아버지와 아들간의 갈등은 드라마 소재로서는 그리 참신하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흔한 (?) 일이니까.. 그러나 유교사상이 정신을 지배했던 조선시대에, 그것도 왕가(王家)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이야기는 좀 달라집니다. 조선 왕조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례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네요.


선조 VS 광해군


임진왜란이 터지자 선조는 차일피일 미루던 광해군의 세자 책봉을 급히 단행합니다. 본인은 피난을 가야하기 때문에 조정을 넘길 대상이 필요했지요. 그러나 광해군은 전쟁터를 오가며 백성과 의병을 다독이며 전쟁을 지휘했고 백성의 민심은 광해군을 향하게 됩니다. 선조가 아들을 질투하게 된 계기입니다. 그래도 아들을 죽이지는 않았네요.


인조 VS 소현세자


병자호란 끝에 인조는 청 태종에게 굴욕의 항복을 했고, 그의 아들 소현세자는 볼모로 청나라로 끌려갑니다. 그런데 소현세자는 청나라 사람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며 청태종의 신임을 두텁게 쌓아 갑니다. 인조는 질투를 넘어 왕권에 대한 위협을 느낍니다. 결국 조선으로 돌아 온 소현세자는 의문의 독살을 당합니다. 인조의 사주가 있었다는 정황은 충분합니다.


영조 VS 사도세자


그리고 영조와 사도세자입니다. 위의 두 사건이 잘나가는 아들에 대한 아빠의 질투에서 비롯되었다면 영조와 사도세자와의 관계는 조금 다른 양상입니다.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도 인조와는 사뭇 다릅니다. 현재에 견주어도 그 엽기성(?)은 매우 돋보일 정도입니다.


그래서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됩니다. 최근 SBS 드라마 비밀의 문이나, 영화 사도가 대표적이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이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많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옛날 드라마를 보지는 못했기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좋은 자료가 있어 다음과 같이 인용하여 요약합니다.


예전 작품들은 대부분 사도세자를 정신이상자로 표현했고 영조는 미친 아들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근거가 된 역사적 자료는 사도세자의 부인 혜경궁 홍씨가 지은 한중록이다.

(원문 : http://rayspace.tistory.com/583)


그러나 최근의 두 작품 ‘비밀의 문’과 ‘사도’는 부자의 갈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비밀의 문 (SBS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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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는 아버지 영조가 왕위에 오르면서 노론 세력과 맺은 비밀 약속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하고, 영조와 노론 세력은 이를 막으려고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왕과 세자는 갈등이 생기면서 노론의 음모에 의해 사도세자가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역사에 근거한 사건 몇 가지에 제작진의 무한한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이라 역사적인 사실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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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와 노론과의 정치적 갈등이라 보기에는 정황상 맞지 않는다는 견해입니다. 이 스토리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의 해석을 근거로 합니다. 실제로 영화감독과 작가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러한 내용을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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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justmeet/220679464450 (팟캐스트 1부)

http://blog.naver.com/justmeet/220679463866 (팟캐스트 2부)


노론의 어느 누구도 사도세자의 기이한 행동을 왕에게 고하지 않았습니다. 노론이 사도세자를 누르려고 했으면 사도세자가 실제로 사고 친 사건만 가지고도 충분히 세자의 자리에서 끌어 내릴 수 있었는데 곧 왕이 될 수도 있는 존재였기 때문에 사도세자에게 조심했고, 오히려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는 것입니다.


대신 아빠와 아들의 성격차이로 봅니다. 아빠의 끊임없는 질책에 주눅이 든 세자가 급기야 아빠를 자꾸만 피하게 되고 그러면서 더더욱 둘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집니다. 영화에서는 대리청정을 시키면서도 아들의 의견에 무조건 반대의 결정을 내리는 영조, 주눅이 들어 아빠의 눈치를 보게 되는 아들이 묘사됩니다.


어찌되었건 영조는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행동을 반복하는 세자가 밉습니다. 왕위를 물려주기는 더더욱 싫어졌습니다. 그래서 나름 훈육 차원에서 많은 질책을 하는데, 질책을 하면 할수록 사이는 점점 더 벌어집니다. 그러던 중 대안이 생겼습니다. 세손 (훗날 정조대왕)이 태어난 것입니다.


그렇다고 세자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 세손에게 왕위를 물려줄 경우 무조건 피바람이 불게 되어 있습니다. 세손에게 온전히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세자는 죽어줘야만 했던 것입니다.


혜경궁홍씨 VS 영빈김씨


부인들의 힘의 대결도 묘사됩니다. 대세를 직감한 혜경궁 홍씨는 남편을 포기하되 아들이라도 살려야한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세자의 친모 영빈김씨에게 눈물로 호소합니다. 자기 아들 (정조대왕) 살려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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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가 자기 아들 살리기 위해 내 아들을 포기하라고 강요아닌 강요를 합니다. 세자의 친모인 영빈도 판세는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빈은 임금에게 아들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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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들이냐, 임금한테 찍힐 대로 찍힌 남편이냐... 혜경궁의 선택은 뭐, 인간적으로 당연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영빈의 강요에 의한 선택(!)이 애처로울 따름이지요. 영화 사도에서 영빈 역할의 배우 연기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선균 와이프... ~!


원래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하려고 부자간의 갈등 사례를 찾아보다 보니 최근 들어 선조와 광해군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많아진 것 같네요. 다음번에는 선조와 광해군 이야기를 한번 정리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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