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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껍데기와 나사못

두 단어에서 공통으로 쓰인 한자

by 박준호

어패류인 소라와 철물 재료에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요? 모양이 비슷합니다. 소라껍데기와 나사못 모두 동그라미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표현한 글자가 ‘螺(소라 라)’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어패류 ‘소라’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螺(소라 라) = 虫 (벌레 훼) + 累 (포갤 루)


‘虫(벌레 훼)’는 이 글자에서 뜻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라가 현재의 과학에서 곤충으로 구분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글자가 생성되었던 시기의 생물학(?)은 소라를 ‘鳥(새 조 ; 날짐승)’나 ‘犭(개 견, 들짐승)', 또는 ’魚(물고기 어 ; 어류)' 중 어느 곳으로도 분류할 수 없었기 때문에 '虫(벌레)'로 잠정 구분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葛(칡)’이나 ‘藤(등나무)’이 풀이 아닌데 ‘艸(풀 초)’ 가 쓰인 것이나, ‘鯨(고래)’이 물고기가 아닌, 포유류인데 ‘魚’가 부수로 쓰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소라 껍데기의 빙글빙글 도는 모양을 비유한 어휘를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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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螺旋形(나선형)’입니다.


소라껍데기처럼 비틀려 빙글빙글 돌아간 모양이 나선형입니다. 고유어 중에 ‘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뱀이 앉아 있는 모양을 표현할 때 자주 쓰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대변이 똬리 모양으로 그려진 만화도 연상이 됩니다.


참고로, ‘旋(돌 선)’도 ‘빙글빙글 돈다’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旋回(선회) 비행..’에서도 쓰였고, ‘旋風的(선풍적) 인기...’ 와 같은 표현에도 쓰인 글자입니다. ‘旋風(선풍)’은 ‘뱅뱅 도는 모양의 바람’이므로, 결국 ‘회오리바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둘째, 나사(螺絲입니다.


드라이버와 짝을 이뤄 물건 등을 고정시키는 데 쓰는 나사못이 그것입니다. 이는 한자로 ‘螺絲 (나사)’로 표기 하는데, ‘絲(실 사)’가 들어간 이유는 나사못의 빙글빙글 도는 홈을 가느다란 실에 비유하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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