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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과 자취

by 박준호


하숙(下宿)과 자취(自炊)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밥’이다. 잠을 잘 방과 식사까지 제공하는 형태가 하숙(下宿)이다. ‘하숙(下宿)’의 영어 표현은 식사(boarding)와 잠잘 곳(house)를 제공한다 하여, ‘boarding house’이다. 여기서 ‘board’는 식탁(table)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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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숙(下宿)의 ‘숙(宿)’은 ‘잠을 잔다’는 의미이므로, 이해가 가지만, 왜 ‘아래 하(下)’자가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숙생에게 제공하는 방이 주인집과 조금 멀찍이 떨어진 곳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주인집(上)’의 위치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보지만 조금 더 확실하게 근거를 찾아 봤다.

네이버 지식백과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어원 500가지”에서 검색 되길래, 약간의 설레임을 갖고 클릭 했으나, 어원은 없고, 하숙(下宿)이라는 주거 형태가 일제 강점기에 생겨났다는 설명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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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건 방과 식사를 함께 제공하는 임대 서비스(?)가 일제 강점기부터 생겨났다고 하니, 하숙이라는 말 역시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반면, ‘자취(自炊)’는 스스로 밥을 해먹는다는 뜻이다. 즉, 식사는 제공하지 않고 방만 빌리는 형태인 것이다.

여기서, ‘취(炊)’ = ‘火(불 화)’ + ‘欠(하품 흠)’ 이며, ‘欠(흠)’은 ‘하품’이라는 뜻이 붙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입을 벌려 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글자에 많이 쓰인다.


歌 (노래 가), 飮 (마실 음), 歎 (탄식할 탄), 歡 (기뻐할 환) 등이 그 예이다. 즉, ‘취(炊)’는 밥을 하기 위해 아궁이의 장작불을 지피는 동작이며, 여기에서 ‘밥을 짓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일본에서 만든 전기밥솥에 ‘炊飯(취반)’ 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여기에서도 ‘炊(불 땔 취)’를 볼 수 있다. 물론 ‘made in korea’ 전기 밥솥에도 있다. 대신 ‘취반(炊飯)’이 아니라 ‘취사(炊事)’라는 용어로 바뀌어 있다. 말 그대로 ‘밥을 짓는(炊) 일(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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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조직에 중요하지 않은 역할이 없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보직인 ‘취사병(炊事兵)’에 쓰인 글자 역시 같은 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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