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호 Apr 06. 2016

중식 메뉴에서 배우는 한자

(라조육/라조기/깐풍기/기스면)

라조육 (辣椒肉) VS 라조기 (辣椒雞)   


‘辣’는 ‘매울 랄’ 이고, ‘椒’는 ‘산초나무 초’이다. 한국 화교들은 고추를 ‘辣椒(랄초)’라고 불렀다. 즉, ‘라조 辣椒(랄초)~~~’는 고추로 매콤한 맛을 낸 음식임을 짐작할 수 있다.    


‘육(肉)’과 ‘기(雞;닭 계)’의 차이는?    


중국 음식에서 ‘~~기’로 끝나는 음식은 ‘닭고기’를 재료로 하고 있다. ‘雞(닭 계)’의 중국식 발음이 ‘기’이다.    

정리하자면, ‘라조기’는 매콤한 닭고기 요리, ‘라조육’은 매콤한 돼지(소)고기 요리이다. 




그런데, ‘辣(매울 랄)’ 글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의 매콤한 맛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쓰인다. 맵다는 뜻의 辛(매울 신)과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를 뜻하는 글자 ‘朿(가시 자)’가 합쳐져 ‘아주 고통스러운 매운 맛’을 표현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표현이 그 예이다.    


辛辣(신랄)한 비판... 
惡辣(악랄)한 방법...    



깐풍기와 기스면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깐풍기’는 닭고기 요리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깐풍(乾烹;건팽)’은? ‘마를 건(乾)’과 ‘익힐 팽 (烹)’이다. 조리 방법이다. 즉, 국물 없이 마르게 볶은 음식이다.    


정리하면 ‘깐풍기(乾烹雞 ; 건팽계)’는 국물 없이 마르게 볶은 닭고기 요리이다. 마찬가지로 ‘깐풍육 (乾烹肉)’은 국물 없이 마르게 볶은 돼지고기 요리가 되겠다. 




   

여기서 익숙한 글자가 하나 나온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라는 고사성어에 나오는 글자. ‘烹(삶을 팽)’이다. 토끼 사냥을 끝낸 사냥개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 삶아 먹는다는 뜻으로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유래되었다.                       

狡兎死良狗烹(교토사양구팽)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도 삶아 먹고[]’, 

高鳥盡良弓藏(고조진양궁장) 하늘을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곳간에 처박히며, 

敵國破謀臣亡(적국파모신망)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로운 신하는 버림받는다더니, 

한나라를 세우는 데 분골쇄신한 저를 폐하께서는 죽일 참이십니까?



한편, 기스면(雞絲麵 ; 계사면)은 닭고기가 아닌, 닭고기 육수로 만든 면 요리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나온 ‘絲(실 사)’는 면의 굵기가 실처럼 매우 얇음을 표현하고 있다.   



糖水肉 (탕수육) vs 유산슬(溜三絲)     

   

‘糖’ 글자는 ‘탕’으로도 발음되고 ‘당’으로도 발음된다. ‘탕’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糖水肉(탕수육)’,  雪糖(설탕), 砂糖(사탕) 같은 단어들이 있고, ‘당’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糖尿(당뇨), 葡萄糖(포도당), 血糖(혈당)’ 같은 단어들이 있다. 


糖(엿 탕 or 엿 당) = 米(쌀 미) + 唐(당나라 당 ; 음 역할)   


즉, 탕수육의 ‘糖水(탕수)’는 엿물처럼 끈적끈적하고 달작지근한 맛을 내는 액체 소스를 말한다. 한편 유산슬(溜三絲;류삼사)는 각각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溜 (낙숫물 류) ; 녹말을 섞어 걸죽한 소스
三(석 삼) ; 육류, 해물류, 채소 등 세가지 재료를 의미 
絲(실 사) : 재료를 실처럼 얇게 썰었다는 의미

여기서 낙숫물을 뜻하는 글자 ‘溜(류)’는 ‘蒸溜水(증류수)’와 같은 단어에서도 봤던 글자이다.  



작가의 이전글 홍동백서 & 조율이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