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내 결혼식이라구
집안의 평화를 위해
내 결혼식을 내놓았다
원치않게 우리는 빅웨딩을 치뤘다.
내가 원하는 작은 정원에서,
지인들과 식사와 차를 마시며
우리의 연애사를 이야기하고,
미래 계획을 설명하고 조언을 받는,
그런 축하를 받는 결혼식은 실행할 수 없었다.
처음보는 어르신들이 신부대기실에 불쑥 들어왔다.
그리고는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 밀며
내 사진을 찍어댔다.
아마도 단톡방에 사진을 올리겠지.
누구네 며느리라고.
전문 포토그래퍼는 아닌 것 같은데
DSLR 카메라를 들고
연신 나를 찍어대는 아저씨도 한명 있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그 사람은
그저 사진찍는 것이 취미인
시아버님의 회사 직원으로,
상사인 아버님께 잘 보이겠다고
결혼식 스냅을 자청했단다.
내 초상권은 누구에게 허락받은거냐고!!
신부대기실 앞 또 한무리의 아주머니들은
시누이에게 내 직업과 직장을 물었고,
시누이는 정확하지 않은 설명을 하고 있었다.
아니, 왜때문에 내 결혼식에
내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거지?
내 직업도, 직장도 모르는 사람이
왜 내 결혼식에 와있는거지?
부모님의 만족을 위해 나는 내 초상권을 포기했다.
그게 집안의 평화를 지키는 길이기에.
스몰웨딩=부모님의 배려
요즘 트렌드는 '스몰웨딩'이란다.
허례허식을 줄이고 본인들만의 스타일로 개성있는 결혼식을 하는거다.
무엇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몇년 전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스몰웨딩이라는 말이 없었다.
그치만 내가 꿈꾸던 결혼식은
지금 생각해보면 스몰웨딩이었다.
친적, 친구들까지 100명 이내로만 초대해서
같이 식사도 하고 대화도 하는
그런 결혼식을 꿈꿨다.
결혼을 약속할 때까지만 해도 남편은
이런 내 결혼식 로망을 이뤄주겠다 했었다.
그런데 왠걸. 막상 결혼식 준비가 시작되자
....... 이건 내 결혼식이 아니었다.
어른들이 초대하고 싶은 하객은
어마무시하게 많았고,
선택하고 싶은 메뉴, 식장은 따로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작은 결혼식을 위해서는 신랑신부의 바른생각이 아니라
부모님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걸.
그 후로 스몰웨딩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의 욕심없음을 칭찬하는 동시에,
그들의 부모님의 배려심과 인품에
한없이 감탄하게 됐다.
ㄴ내가 원한 결혼식은 요런 느낌.쿵짝쿵짝 요런거.
이건 내 결혼식이라구!!
부모님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30여년 넘게 자식을 길러
이제 시집장가 보냅니다~라고
여기 저기 알리고 싶으셨을거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우리 자식들 화려하게 결혼시킵니다라는
약간의 과시도 있으셨을거다.
그 마음을 알기에
어느정도 맞춰 드리자 싶기도 했다.
그치만 두고두고 후회가 남는 것도 사실이다.
오롯이 신랑신부의 의견만으로
결혼식을 꾸린 후배를 보면
더욱 내 지난 결혼식이 떠오르며
마뜩찮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오로지 부모님 탓만이겠는가.
평화를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내 결혼식의 주도권을 주장하지 않은
내 잘못이 가장 큰 것을.
그러니 이제 그만 탓하자......
...... 싶다가도 다시 화가난다.
결혼식은 다시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