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해 생각하는 날이 많다. 예전처럼 죽고 싶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삶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죽음이라는 관념이 마음에 떠오른다. 어디선가 인간의 공포는 모두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고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럴까, 나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픔은 지나간다. 하지만 죽음이 있기에 아픔이 차지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시간 축의 일부를 잘라 삶으로 채워나가는 존재이다. 복잡한 인과관계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채우고는 죽음으로 무대에서 퇴장한다.
잘 사는 것과 잘 죽는 것은 아주 큰 연관이 있다. 잘 죽으면 그간의 삶이 잘 산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잘 산 것처럼 보여도 잘못 죽으면 그간의 삶은 못 산 것이 된다. 자녀를 여럿 두고도 고독사를 한 노인의 상이 떠오른다. 나의 마음은 이런 것들로 차있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덧없음을 깨닫는다. 덧없음 속에서 현재를 깨닫는다. 그 존재하지 않는 찰나를 조작하려거나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흘려보낸다. 그저 산다. 그것이 전부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은 시지프스의 바위보다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