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tom P Nov 12. 2024

사람은 몸이 아프고 나서야 고민을 잊는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매달리던 수많은 ‘생각’들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닫게 된다. 평소엔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며 무게를 더하지만, 육체적 고통이 닥쳐왔을 때 그런 생각들은 갑작스레 희미해진다. 몸이 아프면 ‘생각’이 우선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하루하루를 버티는 일이 우선이 된다. 그때서야 인간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돌던 ‘생각’들이 단지 일시적이고 부질없는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육체적 건강이 무너지면 '생각'의 고민은 하찮게 느껴지는 법이다.


또한, 아프던 몸이 잠시 나아져 평온함을 찾는 순간, 정신은 가장 명료해진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 순간만큼은 고통이나 잡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오히려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은 짧고 희귀하지만, 그만큼 정신의 순수한 상태에 가까워진다. 다시 말해, ‘생각’의 무게로부터 벗어나 고요를 느끼는 순간,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깨끗해지고 맑아진다. 그 짧은 평온 속에서 비로소 정신은 우주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


인간의 정신은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도 천국을 그릴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이는 인간이 가진 위대한 창조성의 본질이다. 현실이 아무리 잔혹하고 고통스러워도, 마음속에서는 언제나 아름다움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어쩌면 예술이란 이런 것이다. 지옥 같은 이승에서 천국 같은 아름다움을 그려내는 행위, 그것이야말로 인간다운 능력이다. 현실은 지옥과 다름이 없으나, 정신은 그 너머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아낸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쉽게 ‘고맙다’는 말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병이나 죽음에서 고맙다는 말을 꺼내는 그들의 무책임함은 잔인하다. 진정한 공감은 고마움을 남발하지 않는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유익으로 바라보고 쉽게 ‘고맙다’는 말을 던지는 것은 사실상 빼앗긴 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잔인한 행위다. 고마움이 누군가의 상처를 이용한 것이라면 그것은 폭력이다.


즐거움은 짧고 스쳐가는 감정이지만 평온함은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무는 상태다. 인간은 흔히 강렬한 즐거움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평온함 속에 있다. 그 이유는 평온함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찰나의 즐거움은 금세 지나가고 그 빈자리는 공허함으로 채워지지만, 평온함은 삶의 바탕이 되어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시적인 즐거움보다는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평온함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기심, 불안, 우울 = 인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