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신이라고 여기는 것들 중 많은 부분은 사실상 물질 대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감정이나 사고, 심지어 깊은 성찰조차도 신체의 물리적 조건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따로 분리해 생각하지만, 실제로 정신은 육체라는 기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호르몬의 변화, 영양소의 부족, 그리고 신체 상태의 변동은 우리의 감정과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평소에 그 사실을 잊고 지내지만, 정신의 활동이 사실은 신체적 과정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물질 대사를 뛰어넘는 정신활동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신이 물질 대사에 종속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물질 대사를 뛰어넘을 수는 없지만 지배할 수는 있다. 우리의 의지와 선택, 습관은 물질 대사의 흐름을 바꾸는 힘을 가진다. 이는 인간이 가진 자유의 영역이기도 하다. 정신은 육체의 상태에 의해 제한되지만, 그 한계를 깨닫고 그 위에서 자신의 삶을 설계할 수 있다. 물질 대사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노력은 결국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의 정신활동은 지성과 육신 간의 끊임없는 소통이다. 이 소통 속에서 우리의 정체성이 형성된다. 정신이 육체와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육체와의 대화를 통해 생겨나는 역동적인 활동인 것이다. 우리는 자주 이 소통의 과정을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신의 날카로운 직관이나 깊은 통찰, 새로운 창의적 사고는 사실상 지성과 육체의 교류가 만들어내는 결과다. 이 소통이 원활할 때 우리는 명료한 판단을 내리고, 건강한 감정을 유지하며,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물질 대사를 지배하는 것, 혹은 물질 대사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지배하는 것이 삶을 지배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지닌 신체 조건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신체와 함께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는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주도할 수 있다. 물질 대사의 흐름을 다루는 능력은 곧 자기 삶을 다루는 능력이 된다. 스스로가 신체의 한계 속에서 어떻게 정신을 활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이어진다. 이 태도가 안정적일 때 우리는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모든 외부의 제약은 물질적이다. 사회적 구조, 경제적 조건, 육체적 환경 등 우리를 제한하는 것은 언제나 물질적 요소들이다. 정신활동을 통해 우리는 그 제약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할 수 있다. 물질적 제약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들을 '지배'하는 능력,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진정한 힘이다. 외부 환경이 만들어낸 한계에 갇히지 않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정신적 자유를 추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히 자기 삶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정신이 외부적 제약을 인식하고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 사람은 어느 환경에 놓이더라도 자신만의 길을 찾고, 살아갈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정신과 물질 대사의 교차점에서 만들어진다. 물질 대사의 영향을 부인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통제하는 방법이다. 삶의 진정한 지배는 물질 대사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새로운 자유를 창조하는 것에 있다. 이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이야말로 인간 정신이 가진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