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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om P Nov 25. 2024

몇 권의 책을 써도 나를 설명할 수 없다

몇 권의 책을 써도 나를 설명할 수 없다. 내 안의 폐허와 그 위에 지어진 궁궐 같은 것들을 나는 설명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가 된다면 나를 납득시켜 주기를. 너무 오랫동안 나를 모르고 살았다. 그러면서 모든 것들을 비평한답시고 말들을 뱉었다. 말을 삼킬 때도 생각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를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

이 폐허에서 줏을 것이라곤 과거가 뿌려놓은 동전들 뿐이다. 그것마저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한 무더기다. 몇 십만 명은 된다. 이렇게 나는 배불리 동전을 줍는 동물로 살고 싶었던 것인가. 언제부터 내가 돼지가 되기를 꿈꿨나. 평생 돼지로 살 수 있을까. 나는 벌써부터 동전을 줍는 일에 신물이 난다.


밤에 책을 읽는 것은 말벗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를 이해하고 가르칠 수 있는 말벗이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나는 평생토록 읽을 한 권의 책을 찾지 못했다. 나는 오늘도 책 속에서 방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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