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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육아라는 이름의 팀워크

우리 부부가 지킨 두 가지 원칙!

by 소금라떼

몸이 회복되자, 마음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갔다. 나는 '엄마로서의 나'를 세워보고 싶었다. 그 시작은 이유식이었다.


"오빠가 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이유식은 내가 직접 할 거야!"


호기롭게 남편에게 선언했다. 세 권의 책을 샀고, 수집 개의 블로그를 정독했다. 아이만을 위한 새 조리도구도 준비했다.


"집에서 쓰던 냄비에는 간이 배어 있을 수 있어요."


라는 육아 선배들의 말에 이유식용 냄비, 조리도구는 모조리 새로 장만했다. 첫 미음은 그저 쌀가루와 물을 저으면 되는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나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그것을 정성껏 준비했다. 그것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었다. 엄마로서의 나의 의지였다.


"그걸 어떻게 매일 해? 그냥 시판 이유식 먹여."
"애 보기도 힘든데, 차라리 그 시간에 쉬고 더 잘 놀아주는 게 나아."
"요즘 시판이 훨씬 영양 균형도 좋대."


지인들, 심지어 남편까지도 만류했다. 그 시간에 나를 위한 휴식을 하라는, 고마운 조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달랐다. 언젠가는 사 먹일 날도 오겠지만, 할 수 있을 땐 내가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여행이나 외출 때를 제외하곤, 모든 이유식을 직접 만들었다. 이걸 자랑할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에게는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다행히 아이도 잘 먹어주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서는 밥을 자꾸 남기고, 편식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아파서 결석했는데, 아픈데도 불구하고 먹지를 않으니 도시락통을 들고 어린이집에 가서 밥을 받아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원장님께 요즘 밥을 너무 안 먹어서 걱정이라고 말씀드리니,


"그래요? 어린이집에서는 밥 두 그릇씩 먹어요. 혹시 어머님 아직도 간을 안해주시나요?"
"...네."
"이제 간을 조금씩 하셔도 돼요~ 저희도 그렇게 하거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제는 '간'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조리사님의 뛰어난 요리를 맛 본 아이의 선택이지 않았을까.. 아이의 미각은 그렇게 업그레이드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아이는 다시 아빠의 요리를 더 즐겨 먹게 되었지만, 나는 이유식 시절만큼은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후배들이 종종 묻곤 했다.


"일도 하시는 데 아이까지 보면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남편 분이 많이 도와주시나요?"
"같이 해야지. 도와주는 게 아니라. 육아도 팀워크가 중요해. 더 잘 하는 사람이 하면 돼"


육아도 팀워크다! 우리가 지킨 두 가지 원칙


1. 서로 잘하는 것을 한다.

남편은 요리를 하고 나는 설거지를 한다.

저녁식사 후 내가 설거지를 하면, 남편은 아이를 씻긴다.


2. 서로를 탓하지 않는다.

"넌 엄마가 되어서, 아빠가 되어서 왜 이것도 못 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내가 싫은 것은 상대에게도 강요하지 않는다.


육아를 하다 보면 부족한 점은 누구에게나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탓하지 않고, 나누려고 한다.

육아는 한 사람이 이끌어가는 게 아니다. 함께, 서로 성장해가며 만드는 여정이다. 아이는 자라고 있지만, 사실 그만큼 우리도 자라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부모가 되어 가는 중이다.



사진: UnsplashNick Fe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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