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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들 저런들

하기면 하면 되는걸 뭘, 그렇게!

by just Savinna

안녕하세요. 곽수현입니다.


토요일 봄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평소 같으면

'비가 오는데 운동을 갈까 말까.'

이따 미팅이 있는데

'운동 갔다가 미팅에 늦으면 어쩔까.'

또 되도 않는 생각 하느라

머뭇머뭇거렸을 텐데


오늘은 딱 한 시간 동안

씻고-운동하고-또 씻고

잘했습니다.


이런들 저런들


그냥 가서

운동을

하기만 하면 되는걸

뭘, 그렇게까지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과학적으로

말을 할 수 없지만


자꾸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자꾸 그렇게 행동을 하면

점점 더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입 다물고

'JUST do it.'

입니다.


수영은

풀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씻어야 하고

들어가서 운동을 하고

풀에 나온 후에

더 깨끗하게 씻어야 합니다.


운동 전의 샤워는 남을 위함이요,

운동 후의 샤워는 자신을 위함이지요.


후딱 씻습니다.

온탕도 싸우나도 패스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수영장 레인에 오늘따라

초보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 이런! 이러저러한 점이 거슬리네...'


이런 식으로

남에 대해 평가를 할 텐데

오늘 이 기운의 저로서는

다른 이들에 대해

'내 알바냐!' 싶습니다.


수영장 입구에 안내문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수영장 회원도 아닌 자들이

몰래 사용하고 있다. 단속해서 걸리면 가차 없다.

는 이야기입니다.


예전 같으면

이것도 거슬렸을 텐데

오늘은 역시 제 알바가 아닙니다.

'나나 잘하자.'

흠, 이런 저, 바람직합니다.


무지개색 땅콩 풀부이 다리 사이에 끼고

팔로 자유형 스트로크 연습합니다.

그냥 합니다.

가급적이면 숨을 최대한 덜 쉽니다.

배웠던 자세

유튜브에서 봤던 자세

따라 합니다.


천천히 하면 하나도 힘이 안 들지만

속도감이 있어야 체력이 늘기에

코어에 힘을 좀 더 가합니다.


생각을 하면 자세가 잘 나오나

너무 느려집니다.

느려지면 또 힘이 듭니다.

해서 오늘은 그냥 합니다.

자세고 뭐고

우선은 많이 하면 되니까.


수영을 잘하려면 무슨 운동을 하면 되나요

하는 질문에

수영을 잘하려면 수영을 많이 하면 되지요.

라는 대화가 머리에 생생합니다.


어쨌거나 팔로만 움직여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새파란 킥판을 두 손에 들고

발로만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발로 킥 할 때 어디 근육을 쓰는지

횟수는 몇 번인지 살펴보며

숨도 고릅니다.

다시 무지개 땅콩 풀부이 끼고

왔다리 갔다리 합니다.


레인에 사람이 없어서

다이빙으로 들어가서 자유형 스퍼트를 해봅니다.

예전보다 숨이 차는 것이 덜합니다.

스트록수는 같더라도 터치할 때의 손의 길이가

미묘하게 줄었습니다.


하다가 힘들면 쉬면 되지

너무 과하게 오바하지 않기로

합니다.


수영하다가 힘들면

멈추어 벌떡 일어나서 고개를 물속에서

꺼내어 헉헉거리고 숨을 쉬면 그만이고

숨 쉬다가 박자를 놓쳐서

코로 입으로 물이 들어가면

눈이 뻘게져라 컥컥거리면서

기침을 하면 그만입니다.

그냥 그런 거죠.


나와서 레인을 걸어오면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또 돌고 돕니다.


한창 수영을 할 때

(1998년이었습니다...

아주 아주 아주 옛날입니다.)

거짓말 보태어 레슨 시간 내내

수영장을 돌았던 때처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그런 거 생각하지 않고

평소보다 조금만 더, 더 합니다.


그로도 족합니다.


시간을 보니 20분, 힘들지 않게

즐겁게 수영을 했습니다.


고통이 느껴지는 곳에

근육의 성장이 있으니,

'고통이 느껴지면 좋은 거구나.'

정도는

무의식으로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수영장을 나와

샤워도 깔끔하게 하고

다음 일정에 무리 없이

무리되는 바 없이

아름답게 운동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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