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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Savinna Mar 14. 2024

욕, 저 이제 잘해요.

어른들을 위한 GEN-Z Guidebook

안녕하세요? 곽수현 사비나입니다.


히야신스 아시죠? 

국민(초등) 학교 과제 중 

수경재배 일지를 작성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어요.

생애 처음으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차분히 본

소중한 인연입니다.


아직 봄이라 하기엔 쌀쌀하지만 마음은 이미 

꽃대궐에 가 있기에 

이번주에 작은 화분을 몇 개 샀습니다. 

흰꽃, 진한 분홍 꽃, 그리고 보라색 꽃.

꽃 봉오리가 하루가 다르게 피고 그 향기가 

방 안을 점점 더 진하게 채웁니다. 


네, 히야신스 꽃대가 있는 팟, 몇 개를 샀어요. 


제가 왜, Gen-Z 소통 이야기를 하는데 뜬금없이

우아하고 섬세하게 꽃 이야기를 하냐고요?

음... 

제가 요즘 욕하는 재미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는 바람에


이건 아니지 않나 


하며 그 방편으로 꽃을 샀거든요. 

욕을 하고 싶으면 꽃을 보자. 

뭐 그런 대안이지요.


욕, 저 싫어했습니다. 

듣는 것도 싫었고, 하는 것은 더 싫었어요. 

중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놀며 웃자고 욕도 하던데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말씀드렸죠.

저 초중고등학교 때 학급 임원으로, 집안의 장녀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고

동의했고

충실히 이행했어요. 


지금 보면 제가 순종적이어서 

어른들의 말을 잘 들었다거나

뛰어난 의지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사랑을 받은 대가로 그렇게 했던 것이죠. 

뭐 그래서 

사랑을 많이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여하튼, 

제 생애에 욕을 먹은 적도 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전 이게 당연하다고 여겼는데요.

아뿔싸, 

제가 교사가 돼서 큰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첫 학교가 중학교였는데 

제 중고생 때도 저랬나 싶을 정도로 이 친구들이 정말로

욕을 너무 많이 하는 거예요.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하교 시간  등 

교사가 학생들 삶에 들어가야 할 때가 있잖아요. 


와...

시끄럽고 시끄럽기가 교실만 할까요.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을 욕을 하는데...


이게 서로 싸우는 것인지 

놀며 농담을 하는 것인지

(싸우는 줄 알고 가서 말린 적도 있었네요.)

집단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충격이란!

첫 일 년- 내내 갔습니다.


그럼 제가 욕을 도덕적으로 단죄하느냐?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개인 취향이 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

욕의 존재와 기능은 인정합니다.

영어교육이 전공인 저는 언어,

즉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로 된 욕도 일부러 

배우기도 했습니다. 

왜, 슬랭(slang)이라고 들어보셨죠? 

그게 욕으로 번역되기도 하거든요. 


제가 가열차게 영어공부를 할 때는 

욕을 구분까지 해 찾아보곤 했네요. 

예를 들면 

미국욕, 영국욕, 흑인욕, 백인욕 뭐 그렇게요. 

영어로 발화를 하진 않아도 

누가 제게 영어로 욕하면 알아는 들어야겠다는

기능적인 욕구도 있었고요. 


다시 학교 교실 현장으로 가서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며 욕을 사용하는 것을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냥 인상 찌푸리거나

제가 뒤에 서서 쳐다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신나게 떠들고 노는 그들을 슬쩍 피하는 수밖에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또래집단과 있을 때만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저와 대화하는 중에서도 

욕을 자주 사용하는 거예요. 

수업 시간에 갑자기 번쩍 손을 들고 큰소리로


선생님! 

이**@#$%가 

제게 **@#$*해가지고 제 발이 &*^&*해졌는데 ...


그러면 그 다른 학생은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이*^%$이 먼저 #%&해가지고

제가 %^&했어서 $%^&* 니까... 


하고 손을 들어 친구를 고발하고

고발당한 자는 또 자신을 방어하고 한바탕 소란이 납니다. 


헌데 말의 반이 욕입니다. 

숨죽여 듣던 다른 학생들도

이 둘이 욕을 시작하기가 무섭게

원래의 사건(?)에서 멀어지고 

쟤네들이 공부시간에 샘 앞에서

욕을 했다며 술렁술렁 

학습 분위기도 울렁울렁

 

여기저기서 자기들끼리

욕 배틀 시작

(얼마나 들 재미나겠어요)


이때가 되면 저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게 돼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욕인지 아닌지 모른 체 사용을 하더라고요. 


아니 어디서 감히! 


처음에는 화가 많이 났습니다. 


얘가 날 무시하나

대드는 건가


동료교사들과 학생들 언어 사용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서도 제 감정이 튀어나왔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웃고 넘길 일이었을 텐데 

(고급 언어 사용을 지향하는)

미숙한 영어선생님으로서는 

눈에서 불이 나

불러 혼내고, 가르치고, 교정하느라 

인간적인 수고를 많이 했습니다. 

어차피 되지도 않았을 텐데요.


어쩌면 그때의 저는 

당황해서 그랬는가 봅니다. 


.

.

.


작은 언어 에피소드들이 모여, 

저도 들리는 욕에 익숙해졌습니다. 

알아도 듣고요. 

종종 학생들 불러다가 요즘 욕을 

알려달라며 리서치도 하고요. 


청소년 청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찰지게 설명을 해야 때, 

욕을 사용해야만 가능할 때가 많아지더라고요. 


(쓰레빠와 슬리퍼가 다르고 

러닝셔츠와 난닝구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에 민감한 저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뉘앙스와 늬낌을 표현하기 위해

욕을 배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서 욕을 좀 해봅니다. 

어떠한 욕을 했는가는 굳이 

지면에 표현을 하지는 않겠습니다.


신뢰로운 청소년 청년들을 불러다 앉혀두고

들어보라고 합니다. 

가감 없이 의견을 달라고 했습니다.

반응은 다음과 같습니다.


- 느낌이 없다

- 좀 못하는 것 같다

- 안 하는 게 낫겠다

- 눈빛이 살아야 한다

- 목소리가 안 어울린다

- 표정과 함께 가야 한다

-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하셔야 한다


알았다. 안 하마.

네, 하지 마셔요.


결국 그런 욕을 사용하면 

애들이 오히려 무시하니

하지 말랍니다.


넵- 바로 인정하고 

안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제가 봐도 그랬거든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래도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 그 과정 속에

욕이 제 삶에 들어왔고, 이 시대 역시 

욕을 많이 사용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습니다.


청소년, 청년들의 언어뿐만 아니라

시대의 언어가 험해진 것이죠.


즉 저는 욕며들게 됩니다. 

새로운 욕, 악센트, 인토네이션 등을 혼자 

시뮬레이션을 하며 사용도 하고요.

튜브 등의 유머채널 등을 보면 

욕이 사용된 클립들이 많기에 보기도 많이 보았고요. 


이 정도면 나도 어디 가서 한마디 거들수는 있겠다 


하던 요즘 년이었습니다. 

영어공부하듯 성실하게 했죠. 

의지적으로 한건 아닌데 

뭐 

욕도 언어이다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고요. 

제가 언어학습을 좋아하거든요.


최근에 제 욕사용의 트리거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티발씨' 


친구가 늦둥이 아들(초6)이 있습니다. 

이 친구는 아버지 직장 때문에

해외국제학교에서 외국친구들과 생활하다 보니 

한국어가 좀 느린 편이랍니다.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어 

한국 학교에서 한글로 된 학과 공부하느라 

고생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던 친구예요.

그런데 이제는 적응도 잘하는 것 같다면서, 

욕도 한다는 거죠! 


그 김에 자기도 요 며칠 아들과 클클낄낄 하는데 

T발 C라고 들어봤냐는 거예요.


어 그게 뭐야? 

함 검색해 봐!


https://youtube.com/shorts/1_v0Z8OLdeQ?si=uee8Fmio9uG53Q4s


아, 너무 웃기기도 하고 입에 착착 감기기에 열심히,

아는 욕 온갖 욕을 섞어가며 사용을 합니다.


마음 안 좋은 일 있을 때, 

그냥 말을 거칠게 하고 싶을 때, 

말을 강하게 임팩트를 넣고 싶을 때 등등 

이참에 감정까지 섞어

욕의 카타르시스를 느껴보리라 하며 

거침없이 사용을 했죠.



욕, 저 이제 잘해요.


최근에 청년들과 함께 우아한 카페에서 

다과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데

이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중

제가 욕을 너무 많이 섞어 사용하는 거예요.

스스로 듣기에도 좀 거슬려

자리에 함께 한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 욕 사용이 느셨다.

- 찰지게 적절하게 잘하고 계신다.

- 그런데 우리끼리 이런 자리에서는 괜찮다.

- 다른 곳에서는 안 했으면 한다.


슬며시 조언을 넣어줍니다.

왜냐면 

(처음 만났을 때 보다) 욕을 잘하는 

입이 거친 어른이 되었거든요.

살짝 부끄럽기도 하고


아 이제 그만둬야 할 때가 왔구나 


싶기도 하고요. 

여기저기 공식적이고 고급진 곳에 

가는 일이 많은데 툭 하고 나올까 

걱정이 되기도 했거든요.


입에 붙은 욕이 떨어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가만히 저를 살펴봅니다. 

제 입만의 문제일까. 

내 마음의 문제는 아닐까. 

제가 거친 마음이 있으니 당연히 거친 입이 되는 것을 

애꿎은 입탓만 하는 걸까. 


해서,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꽃을 샀습니다.

욕을 하고 싶으면 꽃을 보리라 하고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니 조만간 

우리 집이 꽃집이 되겠구나 싶습니다. 


사회 비판보다도

살다 보니 내가 이렇게 욕을 잘하는 

어른이 되었다니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도 욕 잘하는 분들 많으시죠. 


하지만 왠지

자라나는 새싹이자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과 청년들이 욕을 하면

더 크게 여기고 과한 액션을 취하게 됩니다. 

우리의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여기고 싶습니다.


언어는 그 시대와 사회 

그리고 

말하는 자의 생각이 드러나는 바로미터 중 하나입니다. 

단어 한두 개에 연연하기보다 이를 계기로 

이 친구들의 삶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함께 욕을 내뱉어봅시다.

또 누가 알아요.

그 무섭다는 중2와 욕으로 대동단결하고


우리 서로 그 느낌 RGRG 


하면서 읽씹에서 탈출될 수 있을지요.


어디, 언어가 먼저인가요.

사람이

사람끼리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이 

먼저이지요. 


+ 아래는 비속어, 욕과 관련된 기사입니다.

++ 어릴 적, 히야신스에 관련된 신화를 읽고 충격을 받던 때가 기억나 관련 링크 찾아 걸어둡니다.



http://www.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47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04966


http://www.seoultimes.net/news/articleView.html?idxno=7675



청소년과 청년을 좋아하는 사비나가 붓 가는 대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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