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넘자, 그러려면 난 네가 필요해.
해리포터 세계에서는 마법 학교를 가기 위해서 기차를 타야 한다. 그러려면 일반 사람들(머글/비마법사)이 기차를 타는 승강장 중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기둥에 몸통 박치기를 해야 한다. 물론 이런 괴상한 모습이 머글들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런 그들만의 승강장을 9와 3/4 승강장이라고 부른다.
자격이 있는, 즉 마녀이거나 마법사인 아이들은 이 승강장에 용감하게 부딪히는 순간, 벽 너머 마법 세계의 기차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벽을 밀고 들어가 제시간에 기차만 타면 두근두근 호그와트(마법학교)의 시간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내 친구 지니가(론 동생 지니 말고) 오랜만에 이 승강장에 관련된 디테일 포인트를 전해주었다.
해리포터가 자신이 마법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9와 3/4년이었다는 것.
(더 정확하게는 머글 사촌의 집에서 눈칫밥 먹으며 산 세월이 9와 3/4년이라고 한다.)
와, 조앤 롤링은 뭐지? 천재?... 하며 소름이 돋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해리, 자신의 인생 9와 4분의 3 기점. 그 기점 앞에서 그는 이제 벽 하나를 넘어 전혀 다른 세계를 향해 간다.
어쩜, 나에게도 벽 너머의 세계가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벽 안의 세계만 보며 살고 있던 걸지도 모른다. 실은 그냥 용감하게 밀고 들어가면, 벽 하나쯤은 휙 넘어 버릴 수도 있는 건데. 내가 그럴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가기만 한다면.
어쩌면 우린 다 마법사 일지 모른다. 단지 벽 너머의 세계를 믿어본 적이 없는 걸지도.
벽 하나만 밀고 들어가면 되는데, 불가능해 보이고 괴상한 짓 같아서 단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을 뿐. 그렇다면 누가 이런 한계와 잣대를 알려준 걸까?
이런 생각들이 밀려왔고
'어쩌면 우린 다 마법사 일지 몰라, 단지 벽 너머의 세계를 믿어본 적이 없는 걸지도.'
하고 말했더니 (내 친구) 지니는 이렇게 답했다.
'벽 너머의 세계를 알려줄 해그리드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야.'
(* 해리는 자신이 마법사인지 모른 채 9와 3/4년의 인생을 살다가 해그리드라는 인물을 만나 마법 세계로 가게 된다.)
그렇지, 혼자서는 안되지.
해리가 별난 아이인 것은 해리 자신도, 해리를 돌본 그의 사촌 가족들도 다 알고 있었다. 어찌 보면 부적응자, 괴짜, 눈엣가시, 음침한 구석을 가진 애로만 비쳤을 그에게 나타난 커다란 아저씨, 해그리드. 해그리드는 머글 세계의 눈이 아닌 마법 세계의 눈으로 해리를 바라봐준 첫 번째 인물이다. 해리는 더 이상 괴짜에 음침한 아이가 아니게 된다. 그의 존재를 지칭했던 부정적인 언어들은 마법 세계 안에선 맥없이 힘을 잃는다.
이상한 게 아니고, 멋진 거다.
이상한 게 아니고, 특별한 거다.
이상한 게 아니고, 그냥 그게 너인 거다.
9와 3/4 승강장 앞에선 해리.
몸을 던져 벽을 넘는다.
해리는 비로소 자신의 진짜 정체성에 맞닿는다.
정말, 어쩌면 우리는 모두 마법사 일지 모를 일이다. 벽 너머의 세계를 믿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역시, 혼자서는 쌓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이 세계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한계와 잣대를 습관적으로 가르쳐왔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 이 세계가 그어놓은 빗금을 쓱싹 함께 지워줄 동지가 필요하다.
나의 존재의 모양을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나는 더 또렷해질 수 있다. 그럴 때 비로소 벽은 벽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향한 문이 된다. 그래서 난 오늘도 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함께, 믿고 벽을 넘자!!
사랑하는 내 친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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