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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 Soom May 02. 2022

K 씨에게

모두에게


K 씨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당신의 안녕을 마음 깊이 빌게 될 줄은요.


당신의 행불행은 더 이상 나로 인해 결정될 수 없음을 잘 알아요. 그래서 오늘 이 편지를 적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더 많이, 글에 제 마음을 담아 전해드렸지만 이런 마음을, 순전하게 당신의 행복을 바라게 된 마음을 전하게 될 날이 오고야 말았군요.


당신이 나의 현재였을 때...

털어놓자면, 나의 진심에는 당신이 기뻤으면 하는 바람 말고도 다른 마음들이 다분히 섞여 있었답니다. 그만큼 우리가 상관있는 사이였으니까요.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 난 당신이 밉기도, 당신으로 인해 아프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여서 아름다웠어요. 나의 한 시절이 당신의 덕을 입었어요. 당신의 어깨와 손수건을 빌릴 수 있어 살아갈 수 있는 나날들이었어요. 분명 빛이 나고 아름다웠어요.


사랑이나 우정 같은 단어로 매듭지어 말하기엔 우리가 주고받은 것들의 행간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흐르곤 했죠. 어쩌면 은하수나 무지개 같은 단어가 더 적당한 매듭이 아닐까, 해요.


오늘의 나는 당신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당신행복만 하기를 빌게 돼요.  바람은요, 당신이 나에게 애써주었던, 우리가 함께였던  시간에 대한 고마움이에요. 나는 그때의 당신을 알았고 당신도 그때의 나를 알았잖아요.


충분했어요. 고마웠고요.


내가 알았던 당신은 이제 그 자리에 없길 바라요. 당신이 알던 나 역시 그 자리를 떠난 지 제법 시간이 흘렀거든요. 때가 되어 은하수도 무지개도 흘러간 것뿐이죠. 그러니 미안해하진 말기로 해요.


그냥 그런 거죠.

조금 낭만적으로, 그럴 운명이었다고 해둘까요?


지금의 당신답게 가장 그럴 수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세요. 지나간 시간을 딛고 눈물이란 건 잊은 얼굴로 달려가세요. 돌아보지 마세요. 저 역시 결코 돌아보지 않으니. 다만 행복해지세요. 편안해지세요.


편안해지세요.


이만 총총.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내가 만났던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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