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K 씨에게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당신의 안녕을 마음 깊이 빌게 될 줄은요.
당신의 행불행은 더 이상 나로 인해 결정될 수 없음을 잘 알아요. 그래서 오늘 이 편지를 적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도 더 많이, 글에 제 마음을 담아 전해드렸지만 이런 마음을, 순전하게 당신의 행복을 바라게 된 마음을 전하게 될 날이 오고야 말았군요.
당신이 나의 현재였을 때...
털어놓자면, 나의 진심에는 당신이 기뻤으면 하는 바람 말고도 다른 마음들이 다분히 섞여 있었답니다. 그만큼 우리가 상관있는 사이였으니까요. 당신을 좋아하는 만큼 난 당신이 밉기도, 당신으로 인해 아프기도 했으니까요.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여서 아름다웠어요. 나의 한 시절이 당신의 덕을 입었어요. 당신의 어깨와 손수건을 빌릴 수 있어 살아갈 수 있는 나날들이었어요. 분명 빛이 나고 아름다웠어요.
사랑이나 우정 같은 단어로 매듭지어 말하기엔 우리가 주고받은 것들의 행간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흐르곤 했죠. 어쩌면 은하수나 무지개 같은 단어가 더 적당한 매듭이 아닐까, 해요.
오늘의 나는 당신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당신이 행복만 하기를 빌게 돼요. 이 바람은요, 당신이 나에게 애써주었던, 우리가 함께였던 그 시간에 대한 고마움이에요. 나는 그때의 당신을 알았고 당신도 그때의 나를 알았잖아요.
충분했어요. 고마웠고요.
내가 알았던 당신은 이제 그 자리에 없길 바라요. 당신이 알던 나 역시 그 자리를 떠난 지 제법 시간이 흘렀거든요. 때가 되어 은하수도 무지개도 흘러간 것뿐이죠. 그러니 미안해하진 말기로 해요.
그냥 그런 거죠.
조금 낭만적으로, 그럴 운명이었다고 해둘까요?
지금의 당신답게 가장 그럴 수 있는 모습으로 살아가세요. 지나간 시간을 딛고 눈물이란 건 잊은 얼굴로 달려가세요. 돌아보지 마세요. 저 역시 결코 돌아보지 않으니. 다만 행복해지세요. 편안해지세요.
편안해지세요.
이만 총총.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내가 만났던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