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랬구나 Jul 19. 2023

포켓몬빵에 아직도 미련이

아이들은 이제 안 좋아하는데

작년 이맘때쯤 첫째가 포켓몬빵에, 정확히는 빵에 들어있는 띠부실 수집에 열광했었다.


빵을 구하기 위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문도 안 연 마트에 줄을 서기도 했고, 주말에는 인당 2개씩 살 수 있는 마트에 네 식구가 눈곱만떼고 달려가기도 했었다.


어디 그뿐이던가, 빵 구매로는 띠부실 모으기에 한계를 느낀 아이는 당근마켓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끈질긴 요구에 남편과 나는 폭우를 뚫고, 폭염 속에서, 버스를 타고, 차를 가지고, 편의점 앞에서, 대학교 안에서, 초등학교 앞에서 당근거래를 하러 다녔다.


낯선 동네에 가도 마트나 편의점을 보면 포켓몬빵이 있는지를 살펴보게 되었고, 누군가가 띠부실을 주기라도 한다면 굽신굽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손자의 띠부실 사랑을 전해 들으신 시어머님도 빵을 엄청 사셨다.


뭐 하나에 빠지면 끝을 봐야 하는 첫째는 머지않아 151개의 띠부실 컬렉션을 완성시켰고 학교에서는 핵인싸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_ssg.com 홈페이지


긴 팔을 입기 시작할 무렵 아이들 사이에선 띠부실의 인기가 시들해졌고, 첫째의 띠부실 컬렉션북은 서랍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전히 아끼는 보물이긴 하지만 아이는 더 이상 띠부실을 모으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포켓몬빵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한다. 포켓몬빵의 검정 빨강 포장지만 봐도 심장이 두근두근 설렌다. 마트를 가면 습관처럼 빵코너를 살핀다. 포켓몬빵을 사 와도 전처럼 기뻐하지도 반겨주지도 않지만 엄마 혼자 미련을 못 버렸다. 이제는 띠부실을 열어도 거의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나오고, 새로 추가되어 소장하고 있지 않은 띠부실이 나와도 한동안 식탁 위에서 굴러다니곤 한다. 그렇다고 빵을 맛있게 먹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계속 미련을 못 버리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작년 여름 너무 힘들게 구하러 다닌 경험 때문 일 것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빵을 미친 듯이 구하러 다닌 강렬한 경험으로 나의 뇌는 빵 봉지만 봐도 '어머 이건 사야 해' 하는 것이다.  


마트를 다녀와 장바구니에서 포켓몬빵을 꺼내며 엄마 이거 왜 계속 살까? 하면 아이들은 그러게 하며 씽긋 웃고 만다. 작년엔 장바구니에서 포켓몬빵이 나오면 폴짝폴짝 뛰며 환호성을 질렀던 아이들이었는데 이렇게 변하다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여전히 띠부실 포장지를 개봉하는 일은 아이들도 나도 설렌다.

엄마가 한 번만 뜯어봐도 될까? 물어보면 안 된단다.

작년 같은 열정과 애정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소소한 기쁨인 것은 사실이다.


(이미지 출처_그랬구나 본인사진, ssg.com 홈페이지)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의 라메르크림을 가져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