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랬구나 Jul 18. 2023

첫째만 상 받아온 날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두 달 전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2학년 둘째는 그림 그리기 대회, 5학년 첫째는 글쓰기 대회가 있었다.

잊고 있었던 그 대회의 결과가 오늘 나왔다.


첫째는 상을 받았고, 둘째는 상을 못 받았다. 


둘의 결과를 듣고 엄마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상 받아 온 아이와 함께 기뻐도 해줘야 하고, 

상을 못 받아 속상한 아이의 마음도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첫째만 초등학생일 때는 편했다. 유치원과는 과정이 달랐기 때문에 누가 잘하던 못하던 과정이 다름으로 인해 서로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형제가 같은 학교에 다니니 엄마아빠는 중간에서 눈치 아닌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들이 생긴다. 바로 오늘이 그날이었다. 


더 난처한 건 첫째는 열심히 글을 써냈지만 결과에 관심이 없었고, 심지어 시상이 이루어졌는지 아닌지도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에 둘째는 그림을 제출하고 온 날부터 수상을 기대하고 지냈다. 도대체 언제 상을 주나 매일을 궁금해했고, 내가 그린 바다거북이는 정말 잘 그렸고,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다른 반 선생님이 그림을 보신다는데 어느 선생님이 그림을 봐주실지 무척이나 궁금해했었다. 


그런데 첫째만 상을 받아왔다. 이런 난감한 일이. 



먼저 하교하고 밝은 얼굴로 상장을 꺼낸 첫째에게는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온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칭찬이라기보다 솔직히 내가 정말 기뻤다. 내가 상 탄 것도 아닌데 이렇게 진심으로 기쁠 수 있다니 자식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남편에게 톡으로 상장 사진도 전해주고, 멀리 계신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들께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해드렸다. 할머니들의 축하전화가 이어졌고 첫째는 상 탔으니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배달시켜 달라고 했다. 주말에 먹고 싶어 했으나 먹고 싶은 거 다 먹고살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는데 오늘은 웃는 얼굴로 주문해 준다. 두 개나. 이런 속물 엄마 같으니라고. 


둘째가 하교했다. 첫마디가 상을 못 받아서 속상했다는 이야기다. 선생님이 그림에 짧게 글을 쓰면 좋다고 하셨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그걸 못해서 그런 거 같다고 말했다. 상을 받지 못한 나름의 이유도 찾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는 참 귀여웠는데 본인은 많이 속상한 눈치다. 엄마가 볼 때는 막내는 밥만 먹어도 귀여운데 우리 막내도 욕심이 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겠지.


더구나 집에 오니 형이 받아온 상장이 식탁에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렇다고 형의 상장을 숨길수도 없고.

그림을 보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엄마 마음속에는 네가 1등이라고 소용도 없는 위로를 해본다.


둘이 속닥속닥 하더니 첫째가 조심스레 묻는다. 

오늘 상 탔으니 본인과 동생의 공부를 면제시켜 달라고 한다. 

첫째를 축하하는 마음, 둘째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흔쾌히 알았다고 했다. 

형제는 만세를 외치고 엄마는 아이들 공부를 안 봐줘도 되니 좀 쉬기로 했다.

그런데 나 말이지, 첫째의 상장 하나에 이렇게 기뻐하다니, 건강만 하면 된다는 엄마의 말은 순 거짓말이다.


(이미지 출처_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의 라메르크림을 가져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