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랬구나 Jul 20. 2023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는 그 입 다물라

잘 생각해 보세요, 하고 싶은 말을 그냥 다 하는 건 아닌지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서...


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남에게 상처 안주는 사람 못 봤다. 


회사 다닐 때 한 선배가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서'라는 말을 참 잘했다. 

본인은 솔직한 사람이라서 말하는 건데 라며 나와 다른 선후배들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대부분은 업무와는 상관없는 인신공격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배운 정직의 단짝처럼 느껴지는 '솔직'이라는 단어가 그렇게도 무서운 말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처음에는 내가 마음이 약해서 그 선배의 솔직함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은 안다. 

그는 솔직한 것 아니라 무례한 것이었다. 


솔직함은 자기 스스로에 대해 말할 때나 필요한 단어다. 


솔직히 저는 이해를 못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 업무를 완료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말이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가져다 붙이는 단어가 아니란 말이다. 


솔직히 너는 이 회사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이해가 안 가. 
솔직히 ㅇㅇ이는 못생겼어. 


솔직함은 당신의 상황이나 상태를 나타낼 때나 쓰세요. 타인을 흠집 낼 때 쓰지 말고. 

10년도 더 지난 지금이라도 말해주고 싶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그 지랄 맞은 선배가 다시 떠올랐다.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사람이 회사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하고 싶은 대로 말을 다 하고 사는 사람. 내가 제일 거리를 두고 싶은 유형의 사람이다. 

본인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면 좋은가보다. 편한가 보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배려 없는 행동이다. 

모르고 해도 나쁘고, 알면서 그러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어려서는 그런 사람들과도 잘 지내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기분 상하지 않은 척 맞받아쳐주려고도 해 봤다. 


그러나 마흔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애쓰지 않는다. 

잘 지내려고도 하지 않고, 맞받아 치려고도 하지 않는다. 맞받아 치려다 보면 나도 말실수를 하기가 쉽더라. 

나의 기분을 흠집 내는 그런 사람들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사는 게 낫다.


오랜만에 그런 사람을 만났더니 한 이틀 마음속이 부글부글하다.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 발 멀어져야겠다. 


솔직함은 당신 스스로를 돌아볼 때 쓰십시오. 

그리고 그땐 부디 진심을 다해 솔직하시길.


(이미지 출처_픽사베이)

작가의 이전글 포켓몬빵에 아직도 미련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