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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Jul 21. 2023

김대리는 스트레스로 몇 개의 병을 얻었을까

아침에 일어나는데 양쪽 턱관절이 아팠다. 

요 며칠 좀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는데 이를 악물고 잤나 보다. 

입을 크게 벌리고 양손으로 양쪽 턱관절을 문지르고 있자니 회사 다닐 때 생각이 났다.  


처음에는 이가 시려 병원에 갔다. 

멀리도 못 가고 그냥 회사 건물 2층에 있던 치과였다. 

치과의사는 이에 미세한 금이 가서 시린 것이라며 나의 턱을 만져보더니 턱 근육이 몹시 뭉쳐있다고 이 악물고 자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계속 두면 치아건강에 안 좋으니 치과용 마우스피스를 끼고 자는 것을 권했다. 


그런데 저는 왜 이를 꽉 깨물고 자는 거죠? 물었더니 치과의사는 낮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 밤에 자면서도 이를 꽉 물 수 있다면서 자기 전 전신의 근육을 이완하며 잘 것을 권했다. 





그랬다. 나는 흔히 하는 표현 그대로 '이 악물고' 살았었다. 

대기업 기획팀 김대리로 사는 것은 만만치 않은 삶이었다.



소화불량과 두통은 일상이었다. 


책상 서랍 제일 위칸엔 항상 소화제와 진통제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친한 그 언니와는 소화제를 나눠먹으며 친해졌다. 


어느 날은 갑자기 한쪽 귀가 안 들렸다. 


하루 지나고도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길래 회사 근처 이비인후과에 갔다. 

돌발성 난청이란다. 스트레스성인 것 같고 약을 먹으면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야근을 하기 위해 저녁을 먹고 약을 먹었다. 

돌발성난청에 처방받은 스테로이드제가 나에게 맞지 않았는지 구토가 계속되었다. 

토를 하면서도 야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귀는 며칠 안 들리다가 다시 회복되었다. 

선배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팀장님 목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 했다. 진짜였을지도. 


출근을 하는 평일에는 생리도 시작하지 않았다.


처음 몇 달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과거 몇 달의 생리 시작 날짜를 살펴보니 생리 주기와 상관없이 나는 토요일에만 생리를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와 긴장이 있다고? 스스로도 놀라웠다. 

아이를 갖기 위해서 그만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조금은 여유 있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이직했고 이직한 지 한 달 만에 지금의 첫째가 찾아왔다. 



회사를 그만둔 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아침에 턱이 아프니 줄줄이 사탕처럼 잊고 있던 김대리의 질병들이 떠올랐다.

소화제를 나눠 먹던 언니에게 안부를 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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