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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Jul 25. 2023

소소한 행복

어쩌면 엄청난 행복

첫째가 정기적으로 가는 병원이 있다.

방학이라 둘째까지 세 명이 출동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이 미리 점찍어둔 롯데리아로 향했다.

사실 일부러 점심시간 근처로 병원 진료를 예약했다.

병원이 목적지가 되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명색이 여름방학인데.


뜨거운 여름날 시원한 롯데리아 2층 창가자리에 앉아 갓 튀겨 나온 감자튀김을 한 입 베어무니 세상 행복했다. 로터리에 위치한 곳이어서 창밖 풍경 구경도 재미있었다. 평소 내가 운전하기 어려워하는 곳이어서 다른 차들은 어떻게 차선 변경을 하나 유심히 지켜보며 우물우물 치킨버거를 먹었다.


번화가인 이곳에 롯데리아보다 말고도 다양한 맛집들이 많았지만 아이들이 가고 싶다고 하기에 왔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랑 어떤 기분으로 먹느냐가 더 중요하니까.


그동안 햄버거는 주로 배달로 먹었는데 오늘은 일부러 매장에서 먹는 것을 선택했다.

아이들이 키오스크로 주문도 직접 해보고, 쟁반에 담긴 음료와 버거를 조심조심 들고도 와보고 다른 사람들이 먹는 팥빙수 구경도 하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라 생각한다. 세상을 배워가는 시간이랄까.


창 밖에 가전제품 회사의 큰 트럭이 멈췄다. 우리는 이 근처 어딘가로 냉장고 배송을 가시는 거라고 생각했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러 내려갔던 아이들이 올라오더니 재잘재잘 전자회사 아저씨는 배송 온 게 아니라 점심을 포장하시러 오신 거라 알려줬다. 그러면서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아빠를 떠올렸다. 우리 아빠는 뭘 먹나.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내줬더니 행복해 보인다고 답장이 왔다. 딩동댕 정답!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야무지게 먹고 아트박스까지 들러 행복한 반나절을 보내고 후다닥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병원 방문이 첫째에게도, 둘째에게도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길.

나도 더 이상 아이의 병원 진료가 아프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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