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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랬구나 Jul 28. 2023

내 영혼의 안식처

아이들의 방학 기간에는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는 날이 있다.

더 있다가는 아이들에게 모진소리를 내뱉을 것 같은 날.

그 말을 하고 후회할 것 같은 그런 날.

나의 영혼의 안식처로 간다.


다름 아닌 집 근처의 카페다.

엄마가 너희에게 더 이상 화내고 싶지 않아서 잠시 바람 쐬고 올게. 하면 이제는 안다 내가 이곳에 가는 것을.


잠시나마 아이들끼리 둘이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되니 이런 호사도 누린다.

카페에 혼자 갈 수 있는 게 이렇게 대단한 일인지 아이를 낳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


처음에 내가 이곳에 씩씩거리고 왔을 때 첫째가 친정엄마께 전화를 했었다.


할머니~ 엄마가 화나서 나갔어.

놀란 우리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하셨고, 아이들 놀라게 그러면 안 된다고 얼른 들어가라고 안절부절못하셨다.

하지만 우리 집 똥강아지들의 만행을 낱낱이 고하였더니 에라 이놈들 내가 아이들에겐 전화를 자주 해 볼 테니 너는 그럼 커피 한잔 마시고 들어가라 하셨다.


이곳에 올 때는 책도 가져오지 않는다. 핸드폰도 보지 않는다.

그냥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커피를 들이켜고 케이크를 먹는다.

카페인과 탄수화물 덕분인지 아니면 그분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덕분인지 기분은 이내 나아진다.






더운 날씨 탓인지 이번에는 그날이 좀 더 빨리 왔다.

오늘은 복숭아케이크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사진첩을 찾아보니 겨울방학 때는 딸기케이크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한겨울인데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니 어지간히 속이 탔나 보다.


왼쪽 : 겨울방학&딸기케이크  / 오른쪽 : 여름방학&복숭아케이크 



이렇게 잠시나마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감사하다. 


맛있는 케이크와 커피를 만들어주시는 사장님께 감사하고, 

잠시나마 엄마가 혼자 나갔다 올 수 있도록 많이 자라준 우리 강아지들에게도 감사하고, 

나의 소소한 사치를 이해해 주는 남편에게도 감사하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 올 때만 해도 씩씩거리고 왔는데, 커피 한 잔, 케이크 한 조각에 이렇게나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이 되다니. 카페인과 탄수화물의 효과는 참으로 놀랍다!


과연 나는 3주 남은 여름 방학 동안 이 카페를 다시 가게 될까? 아닐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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