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에 따라 골라 마십니다
술을 잘 못 마시지만 맥주를 좋아한다.
와인, 막걸리, 소주, 위스키 그리고 요즘 젊은이들이 마신다는 그 뭐더라, 하이볼?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술들이 있지만 나는 스무 살부터 20년 넘게 오로지 맥주이다.
처음엔 선호하는 브랜드가 생겼는데 알고 보니 맥주의 종류가 다른 것이었다.
그렇다고 맥주 전문가는 아니라 이론적으로 설명할 자신은 없고
이런 날엔 이런 맥주 어떻습니까? 정도 되시겠다.
보통 맥주하면 생각나는 그 맥주.
탄산이 강하고 보리차 같은 맑은 노란색에 거품이 풍성한 그 라거.
수입 맥주가 최고의 사치였던 대학생 때, 나중에 직장인이 되면 냉장고 가득 버드와이저를 채워야지 생각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퇴근 후 냉장고를 열고 빨간색이 매력적인 버드와이저를 한 캔 꺼내 벌컥벌컥 마셔주면 성공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라거를 고르자면 버드와이저에 제일 먼저 손이 간다.
여전히 빨간 그 캔이 예쁘기도 하다.
라거는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치킨이나 피자 같은. 혹은 바삭한 식감의 스낵 종류와도 굿!
오징어와 땅콩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조합이다.
라거는 특유의 향이 강하지 않아 식사에 곁들이기도 좋다.
중국 음식점에서 칭따오 생맥주를 판다면 꼭 함께 마셔보길 추천한다.
흑맥주 (黑麥酒 / Dark Beer / Dunkel)
검은 빛깔을 가진 맥주들의 통칭. 흔히 맥주에 크게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색깔만으로 구분하기 쉽게 임의로 부르는 명칭이다. 실제로는 검은 빛깔의 맥주라도 종류가 천차만별로 다르며 맛과 향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맥주 매니아들의 경우 흑맥주라는 명칭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흔히 흑맥주라고 하면 크게 다크 라거와 스타우트 두 종류의 맥주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다.
(출처_나무위키)
흑맥주의 정의에 대하여 찾아보니 위와 같았다. 나는 주로 스타우트 종류인 기네스를 마신다.
기네스는 검은색 캔이 뭔가 굉장히 있어 보인다. 안에 풍부한 거품을 만들어 준다는 구슬도 들어있어서 더욱 특별한 느낌이다. 그리고 기네스북을 후원하는 그 기네스 맞다.
기분이 경쾌한 날 라거라면 인생이 쓴 날은 흑맥주를 딴다.
다른 흑맥주는 잘 마시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기네스는 진하게 끓인 보리차 같다.
아메리카노의 깔끔함과도 닮았다.
기네스를 마실 때는 안주는 거의 곁들이지 않는다.
그냥 후드드 떨어지는 거품을 눈으로 감상하며 벌컥벌컥 마셔준다.
아, 나는 모든 맥주는 캔 그대로 병 그대로 마시지 않는다.
무조건 유리잔에 따라 마신다.
맥주의 색, 거품의 양, 흔들리는 탄산 방울까지 모두 사랑스럽기에 눈으로 봐줘야 한다.
라들러(Radler)
독일 남부지방에서 즐겨마시는 맥주와 레모네이드를 혼합한 음료이다. 독일어로 자전거(Fahrrad, 줄여서 Rad)를 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를 마신 후에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현재는 여러 맥주 브랜드에서 상품화하여 판매되고 있다.
(출처_위키백과)
더운 여름 주방에서 가스레인지 불 앞에서 저녁을 하고 있으면 너무 힘들다. (인덕션을 사고 싶다!)
이럴 때 노동주로 라들러가 제격이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나도 얼굴 안 빨개지고 한 캔을 다 마실 수 있는 술이 라들러 종류다.
나는 타이거 맥주에서 나오는 라들러를 즐겨 마신다. 타이거 라들러 종류는 알코올 도수 2%이다.
타이거에서는 레몬, 자몽, 포멜로가 나오는데 나는 레몬이 제일 좋다.
캔 채로 주방에서 마시다 보면 금방 미지근해진다. 미지근한 맥주는 용납할 수 없어서 텀블러에 넣어서 마신다. 시원한 타이거 레몬을 마시며 저녁식사를 준비하면 마음도 한결 여유 있어진다.
한동안 에일을 탐닉하던 때가 있었다.
에일은 라거보다는 탄산이 적고, 특유의 향이 강한 편이다. 또한 각각 맥주별로 색상도 다양하다.
상면발효맥주(上面醱酵麥酒, ale 에일)는 상면발효방식으로 생산되는 맥주다. 표면 발효로 양조되며, 보리 맥아를 사용하고 효모를 상온에서 단기간에 발효시켜, 복잡한 향과 깊은 맛, 과일 맛을 만들어 낸다.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독일, 캐나다 동부 및 미국의 맥주에서 일반적이다.
(출처_위키백과)
겨울엔 경쾌한 라거가 좀 부담이 될 때가 있다. 쨍한 탄산을 마시기엔 추운 날은 에일을 마신다.
에일은 특유의 향이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함께 먹지는 않는 편이다. 그냥 그 자체를 즐긴다.
내가 에일에 빠져든 건 제주맥주들 때문이었다. 처음에 제주맥주를 보았을 때, 세련되다 못해 너무 예쁜 패키지와 제주라는 곳이 주는 로망 때문에 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맛 또한 오잉? 이건 뭐지? 그동안 주로 맥주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라거들과는 분명 달랐다.
특히,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할 때 더욱 제주에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어서 더 열심히 마셨던 것 같다.
맥주를 마실 때 오로지 맥주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안주를 잘 먹지 않는다.
(아 나 진짜 맥주에 진심인 사람이네)
딸깍-칙-하고 캔을 따는 경쾌한 소리.
아니 어쩌면 캔을 들 때부터 이미 눈으로 캔이 주는 느낌 한번 스캔.
유리컵에 따르면서 눈으로 색과 거품과 탄산 방울을 즐겨준다.
컵을 들고 입으로 가져오며 향을 한 번 느껴주고, 벌컥벌컥 두 모금쯤 마시며 맛과 목 넘김을 느낀다.
그래도 뭔가를 함께 먹고 싶다면 나는 초콜릿을 고른다.
달콤 끈적한 초콜릿과 쓰고 톡 쏘는 맥주의 조합은 가히 아름답다.
어젯밤엔 라거를 마셨다.
여름엔 아무래도 당분간 라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