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물었다. 둘 중 누구랑 살래?
짧은 영상을 하나 봤다.
아내가 남편에게 묻는다.
"100억 받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랑 살래? 100만 원 받고 나랑 살래?"
남편은 당연히 아내랑 산다고 말했지만 곧이어 아내가 웃으며 묻는다.
"여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가 아니야?"
영상 속 남편분 일시정지.
오케이. 나도 해봐야지.
사실 이런 종류의 테스트에 늘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정답을 말하는 남편이었기에 내심 기대가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정신없던 주말.
이때다 싶었다.
"여보, 100억 받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랑 살래? 아님 100만 원 받고 나랑 살래?"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남편은 이건 무슨 테스트인가, 무엇이 정답일까 열심히 생각하는 듯했다.
생각할 시간을 버는 건지 자꾸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그 사이 내 옆에 있던 큰아이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은 엄만데?"
우리 남편 몹시 당황스러웠나 보다. 아이의 목소리도 못 듣고 계속 그게 무슨 말이냐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이쯤 되면 시간 버는 것도 틀린 것 같은데 그냥 어서 대답하시오!
아이에게는 아빠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말라고 속삭이며 남편에게 얼른 대답하라며 독촉했다.
남편은 나는 절대 당황하지 않았고, 진짜 질문을 못 알아들었을 뿐이고, 지금 내가 말하는 건 진짜 진심이라는 느낌을 듬뿍 담아 대답했다.
"당연히 여보랑 살아야지!"
큰아이와 나는 기다렸다는 듯 낄낄거리며 오답이라고 말해주었다.
그게 왜 오답이냐고 수긍 못하는 남편에게 앙칼지게 한마디 날려주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가 아닌가 봐?"
"나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차라리 가만히 있지, 우리 남편 매를 번다.
"여보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는 아니잖아?"
"아닌데? 나는 여보가 제일 잘생겼는데?"
그날 오후 남편과 길을 걷다가 문득 생각났다. 그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로는 누굴 생각했을까?
"여보가 생각한 제일 예쁜 여자는 누구야?"
아, 오늘따라 이 남자 자꾸 오답, 오답의 연속이다.
"아니, 누굴 딱히 떠 올린 건 아닌데..."
응, 그러니까 누굴 떠올리진 않았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의 후보에서 나는 일단 탈락이었단 거지.
남편의 출력 오류에도 불구하고, 나의 큰아들의 정답에 잠시 행복했다.
매일 킹콩처럼 소리를 질러대도 너에겐 나는 예쁜 엄마구나.
아니면 너의 호르몬이 아직 요동치지 않아서 아직은 엄마가 예쁘게 보이는 걸까.
늘 이런 종류의 테스트에서 정답을 착착 잘 찾던 남편의 오답이라 매우 흥미로웠던 테스트였다.
그런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음표 하나.
왜 이런 테스트는 여자가 남자에게만 할까.
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남자들의 모자란 대답을 듣고 깔깔 웃는 걸 즐기는 걸까.
뭐가 되었든 둘 다 바보 같다. 그만해야겠다.
남편이 제일 예쁘다고 안 해줘서 삐진 거 아님.
진짜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