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마티스 앨런스콧 쇼비뇽블랑
업무의 특성상(나의 직업은 전업주부) 점심을 혼자 먹는 경우가 많다.
쓸쓸함 방지, 빨리 먹는 것 방지 차원에서 영상을 틀어놓고 먹는다.
며칠 전 혼밥시간.
요즘 나의 점심시간 단골손님은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다.
영상이 재생되는 노트북을 식탁에 올려놓고 그 앞에 쪼르륵 밥상을 차린다.
이날 나의 밥동무는 에픽하이와 성시경. 성시경의 '먹을텐데'에 가수 에픽하이가 나온 편이다.
그들은 양고기를 먹고, 나는 굴밥을 먹고.
그러던 중 성시경이 와인을 하나 추천한다. 원래 제품 홍보를 잘하지 않으나 괜찮아서 한다기에 더 끌린다.
뭐, 대놓고 하는 제품홍보이니 검색해서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제품 정보를 상세히 알려준다.
뉴질랜드산 화이트와인인데 한 잔 맛본 성시경이 표현하길 산미가 있으며 달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와인 전문 평가 기관에서 가성비 부문에서 1위를 하였다고 한다.
평소 와인을 즐기는 편은 아니나,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가성비 와인이라니 구미가 확 당겼다.
더구나 연말이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핑계로 사기 딱 좋은 와인이다.
마티스 그림이 그려진 라벨마저 이쁘다!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 그 와인을 판다는 편의점을 지나게 되어 슬쩍 들러 보았으나 없다.
아. 이거 요즘 핫하구나 싶었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하니 바로 '성시경 와인'이라고 뜨며 어렵게 구했다는 후기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구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있었는데 해당 편의점 어플을 이용하여 이 와인을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어플을 깔고 우리 집 주변을 검색했으나 없다. 단 한병도.
이게 이럴 일인가? 싶으면서도 구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이래서 요즘 자꾸 수량 제한을 둔 제품들이 나오나 보다. 희소성! 갖고 싶은 그 마음!
그렇다. 나는 또 마케팅의 노예가 되었다.
오늘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동행한 지인에게 성시경 와인 이야기를 했고, 어플을 실행시켰는데 집에 가는 길 편의점에 두 병이 있다고 나왔다. 주차가 어려운 곳이라 지인이 나를 편의점 앞에 내려줬고 잠시 후 나는 벌건 대낮에, 양쪽에 와인 한 병씩을 들고 해내었다는 기쁜 표정으로 편의점에서 나오고 있었다.
누가 보면 한낮에 와인 병목을 양손으로 잡고 헤벌쭉 웃고 있는 영락없는 이상한 여자였을 거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기쁠 일인가.
하지만 몹시 기뻤다. 기분 좋게 지인에게 와인 한 병 선물하고 한 병은 고이 집으로 모셔왔다.
당장 맛을 보고 싶었지만 저녁에 비염약을 먹어야 해서 참았다.
이 설렘 고이 담아 크리스마스이브에 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