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아이들이 잠들었다. 이때다!
재빨리 닌텐도를 집어 들고 소파에 풍덩 몸을 맡긴다.
나의 손은 빠르게 테트리스 게임을 실행한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길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게임이 시작되면 나의 눈과 손은 바빠진다.
지금 내려오는 블록과 그다음 블록까지 봐가며 어디에 블록을 내릴지 결정하고 재빨리 내린다.
테트리스는 속도가 생명이다.
닌텐도에 있는 테트리스는 내가 줄을 없앨 때마다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어있다.
공격을 안 할 수는 없고 대상을 어떻게 선정할지만 결정할 수 있다.
랜덤으로 할 수도 있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공격할 수 있고, 쌓인 줄이 많아 곧 게임이 끝나갈 것 같은 참여자를 공격할 수도 있다.
나는 주로 나를 공격하는 사람에게 공격을 보내는 쪽을 선택한다.
공격받으니 되갚아 준다는 개념이라 좀 덜 미안하달까.
가장 치사해 보이는 공격은 곧 게임이 끝나가는 참여자를 공격하는 '마무리'공격모드다.
내가 공격한 상대방을 KO 시키면 나에게 배지가 하나 생기기 때문에 마무리 모드로 하는 참여자들도 많다.
그래서 공격을 많이 받거나, 줄을 재빨리 없애지 못해서 쌓인 줄이 많아져 목숨이 턱끝까지 차오르면
나에게 오는 공격이 갑자기 많아진다.
한꺼번에 여러명의 공격을 받으면 안 그래도 몇 줄 안 남았는데, 금방 KO 당한다.
그럼 이것들 봐라? 하고 오기가 생겨 다시 재도전 버튼을 누른다.
때로는 줄이 화면 가득 차올라도 차근차근 줄을 없애서 간신히 살아나기도 한다.
그때의 쾌감이란!
화면 가득 줄이 차올라도, 나를 향한 공격의 줄이 늘어나도 나 쉽게 안 죽는다! 혼잣말을 해가며 악착같이 줄을 없앤다.
이쯤 되면 한 밤중에 악착같이 테트리스하는 내가 웃기기도 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스스로가 기특하기도 하고, 테트리스를 하며 스스로를 기특해하는 내가 또 재밌어진다.
그래서 빠져들었다. 테트리스!
제일 무서운 유형의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이 단순해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단순하기에 시간만 투자하면 계속 발전하는 나를 발견한다.
게임에서 계속 그에 맞는 보상을 준다.
게임 한 판의 시간이 짧기에 아무 때나 부담 없이 켠다.
그나마 아이들 앞에서는 안 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한때는 아이들이 잠든 밤 혼자 드라마 보는 재미에 빠졌을 때가 있었다.
드라마는 TV가 보여주고, 나는 가만히 시청하는 수동적인 힐링이었다면
테트리스는 1초도 집중을 흐트러트릴 수 없이 초집중해서 내가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다.
초집중을 하다 보니 다행히 오래는 못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피곤해지면 게임 결과가 처참하다. 그러면 재미 없어진다.
딱 거기까지.
엄마가 본인들 잘 때 이렇게 승부욕에 불타 테트리스를 하는 줄 알면
우리 아이들 어떤 표정을 지으려나.
가끔은 아이들이 주말에 게임할 때 나도 옆에서 테트리스를 할 때가 있다.
엄마 몇 등 했어? 궁금해하기도 하며 엄마가 게임하는 자체를 재밌어한다.
본인들의 게임시간을 통제하기에 엄마는 게임을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게임을 재밌게 하니 아이들은 그게 흥미로운 것 같다.
어땔 때 보면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 같기도 하다.
열심히 블록들을 회전시키고 내리며 아들에게 말해줬다.
갑자기 나를 향한 공격의 줄이 10개도 넘게 생길 때가 있어.
왜 나지? 싶어서 처음엔 화가 났는데, 지금은 그냥 신경 안 쓰고 해.
오히려, 너희가 아무리 공격해 봐라 내가 죽나 하며 오기로 더 열심히 해.
인생도 그런 거 같아 아들.
이유 없이 안 좋은 일이 생길 때가 있어. 날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그땐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누가 날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생각하며 속상해하기보다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에 집중하는 게 더 나은 거 같아. 엄마가 테트리스 하다가 깨달았어.
게임 화면 속 손흥민선수가 페널티킥을 차느라 건성으로 들었겠지만, 그렇단다 아들.
너는 슛을 쏴라. 엄마는 블록을 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