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했다

by 그랬구나

지난 초여름, 우리 집 아이들의 학원에 대해 참견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글을 썼던 적이 있었다.


지난 글 보러 가기 > 내 아이 학원은 내가 알아서 할게


그때나 지금이나 6학년인 우리 집 첫째는 기타 학원 한 개만 다닌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학군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나는 중3 수학을 한다', '나는 고등학교 수학을 한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에게는 엄마의 열 마디 잔소리보다 친구들의 진도 자랑이 더 크게 와닿았나 보다.

집에 와서 아이는 종종 불안감을 내비쳤다.


"엄마 나 괜찮지?"

"그럼, 괜찮지. 그런데 중학교 수학 한다는 그 아이들 지금 학교에서 보는 단원평가 100점 맞니?"

"아니"

"너는 6학년 2학기 단원평가 100점 맞잖아. 그럼 네가 더 잘하는 거야. 걱정 마. 그런데 너도 이제부터는 중학교 수학을 조금씩은 해보자. 그런데 중학교 수학부터는 엄마가 설명을 잘 못 해줄 수도 있어."


이렇게 지난 10월 말에 아이와 함께 중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문제집을 하나 샀고,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소인수분해를 시작했다.



글자 크기부터 작아진 중학교 문제집을 붙들고 아이는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유명하다는 온라인 강의를 들어도 아이는 이해 안 가는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답답해했고, 내가 해주는 설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나는 수학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개념과 원리를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푸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런 방법으로 중학교 수학을 도와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아직 다양한 공부법을 시도해 보고, 실패도 해볼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 나와는 달리, 아이의 답답함은 점점 커져갔나 보다.



"엄마, 나 수학 학원 다닐래."


초등학교 내내 학원을 거부하던 아이라 아이가 스스로 학원을 가겠다고 말한 것은 나에겐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가겠다고 하면 굳이 말릴 이유도 없겠다 싶어서 부지런히 학원을 알아보았다.

그렇게 추려진 세 군데를 전화 상담하였고, 그중 아이가 고른 두 군데를 아이와 함께 방문했다.

그리고 아이는 마음에 드는 한 곳을 정했다.


이것저것 고민하는 엄마와 달리 '나 여기 다닐래.' 빠르게 정한 아이는 미룰 것도 없이 당장 가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영어 학원도 가겠단다.


아니 도대체 학교에서 반 친구들이 공부 이야기를 얼마나 살벌하게 하는 걸까.

아니면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본인만큼 공부 안 하는 6학년이 없다는 걸 깨달은 걸까.

영어 학원은 다니던 곳에 다시 가기로 해서 쉽게 정해졌다.


공부하겠다니 반갑기도 하면서, 안 다니던 학원을 화수목금 2시간씩 다니고, 추가로 숙제까지 해내는 것을 과연 갑자기 이 아이가 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없던 지출이 갑자기 몇십만 원 생기게 되었으니 엄마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래도 겉으로는 티 내지 않고 아이의 새로운 결심을 응원해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했어?"

"나도 이제 중학생이잖아."



그리고 감사하게도 상담받던 중 한 원장님이 해주신 얘기가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큰 힘이 되어주었다.


"지금 시작하면 딱 좋아요. 절대 늦지 않았어요. 지금 선행 많이 나간 친구들 대부분 한 번 배우고 지나간 거예요. 그 아이들 지금 다시 중학교 1학년 1학기 꺼 보면 새로울걸요. 오히려 지금 시작하면서 꼼꼼히 두세 번 보는 게 훨씬 나아요."



내내 우리 아들 학원 참견을 하던 동네 엄마들에게 덤덤하게 말했다.

영어 수학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고.

그랬더니 그녀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


"아... 때가 되면 하는구나."



학원을 다닌다고 다 공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아이의 불안감을 덜어주고, 모르면 물어볼 수 있는 대상이 생겼고, 미루지 않는 공부를 하는 것을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아들, 너의 속도에 맞춰 엄마가 같이 걸어갈게.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너보다 발전했는지만 비교해 보자.

빠르게 가려 대충 하지 말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보자.


그런데 어째 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닌 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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