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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그림 Aug 15. 2021

씩씩한 성냥팔이 소녀

다시 쓰는 안데르센 동화 <성냥팔이 소녀>

추운 겨울, 이름 아침

골목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어요.


"콜록콜록"


길을 가던 남자아이가 기침을 했고,

그때 마침, 한 소녀가 집에서 나왔어요.


작은 체구를 가진 소녀는

키의 절반이나 되어 보이는 짐을 가지고 있었어요.


기침을 하던 남자아이가 물었어요.

"엄마 저 짐 안에 뭐가 들어있는 걸까?"

정말로 궁금한 듯 남자아이는 소녀의 짐을 뚫어져라 쳐다봤어요.


엄마는 아들에 말에 시선을 소녀에게로 향했습니다.

누추한 행색으로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는 걸

본 엄마는 소녀에게서 눈을 돌리며,

아들을 째려보며 말했어요.


"가자!"


소녀는 그 모습을 보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어요.

“내가 어디가 어때서.... ”

지나가는 모자를 바라보았어요.


소녀의 이름은 듀(dew)였어요.

이슬이라는 이름의 뜻이었어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오늘도 성냥을 팔기 위해 길을 나섰어요.


성냥을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나섰지만, 늘 빈 손으로 돌아오기

일쑤였어요.


길을 나선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목소리에는 더 힘이 들어가질 않았어요.

아침에 물 한잔이 다였던 듀는

배고픈 배를 어루만졌어요.


'꼬르르르으으으으윽'

오늘따라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배고픈 소리!


'제발! 나만 들었기를...

나. 만.. 들리는 소리이기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듀의 그런 상황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없었어요.


배고픔에 익숙했지만

슬퍼할 겨를 조차 없던 듀는

그 익숙함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자에 걸터앉아 가방에 담긴 성냥들을 바라보며

속삭였어요.

(마치 성냥들이 다 듣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너희들 다 내 가방 속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따뜻하게 해 주고, 내 배도 따뜻하게 해 주게~ 나.. 정말.. 크림이 잔뜩 들어있는 와플 하고 우유가 먹고 싶어


(다시 일어서는 듀)

자리에 일어난 듀는 주먹을 불끈 쥐었어요.

그리고 힘차게 외쳤습니다.


"그래도 힘내야지! 절망할 시간이 없다.

내 목소리를 들어야 내 가방에 성냥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 테니깐!"


배가 고팠지만, 있는 힘껏 소리쳤어요.


"성. 냥. 좀!!! 제발~~~~~~~~~좀~~ 사, 사면 좋겠네, 좋겠네~(흥얼거림) 미리미리 준비해두셔야,

올 겨울을 잘 보내실 수 있어요.

조금 있으면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다는

얘길 들었어요!  진짜예요!"


'날씨가 너무 추워지면 사람들이 성냥을 사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한파가 몰려온다고 말했지만,

소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그 행색을 보고

‘성냥도 별 볼 일 없겠지'하고, 편견 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듀도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어요.


갑자기 그런 사람들이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대단함은 그들을 높이 사는 마음이 아니라,

안쓰러운 마음이었습니다.


'남의 불행이나, 어려움을 보고도

다가오지 않는 마음이 더 대단해 보인다

그래, 내 성냥은 저 사람들에게는 필요가 없는 거야.

그러니 정말 어려운 곳으로 가서 성냥을...

(갑자기 생각이 스친다) 아! 그래~ 성냥을...

성냥을 나눠줘야겠다!'


듀(dew)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따뜻한 집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는

성냥이 필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그들이 듣지 않았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된 것이었어요.


듀는 생각을 바꾸고

매일 성냥을 팔던 곳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기로 했어요.


그리고 가난한 동네에 도착했어요.

그 동네는 물도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았고,

집에 불들은 거의 꺼져 있었어요.


하지만 이전 동네와는 다른 모습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어요.

 

골목에 나와 있던 아이들은

내린 눈으로 눈싸움을 하며 말했어요.


"우리 집 오늘 더 춥겠다... 눈이 이렇게나 많이 오다니..

오늘 남아있는 성냥 하나 켜면.. 대체 잠은 어떻게 자?"


그 소리를 들은 친구가 말했습니다.

"음.. 가족 모두 꼭 껴안고 자면 되겠네.. "

"오~~ 그러면 되겠다! 올 겨울 걱정 없겠다!! "


소녀는 동네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웃음을 지어 보였어요.

'좋겠다.. 꼭 껴안을 수 있는 가족이 있어서.. '

가난했지만, 따뜻한 정이 넘치는 동네였어요.

이전 동네에선 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더 들으려고,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다녔어요

그 작은 동네를 돌고 나서야 듀는 중요한

사실을 또 하나 깨달았습니다.


‘ 이곳이었구나, 성냥을 나눠줘야 할 곳..'


사람들 집 앞에 성냥을 하나씩 두고 가기로 결정했어요. 소녀의 깊은 깨달음이 따뜻한 나눔의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날씨는 다른 날보다 추웠지만,

듀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따뜻해진 마음이

소녀를 지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마지막 집을 끝으로 소녀는 하나 남은 성냥을

집 앞에 두고 동네를 한번 바라보고 떠났습니다.


소녀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지만,

집 앞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얼굴빛은

어두워져만 갔어요. 결국 계단에 앉아 한숨을

푹 쉬고 있는 그때였어요.



"저.. 기요!"

고개를 들자 아저씨 한 사람이 서 있었어요.


소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습니다

"지금 저한테 말을 거신 거예요??"

소녀가 매일 성냥을 팔러 다니면서도 단 한 번도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이 없었는데..

그 아저씨는 듀에게 말을 건넨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네! 얼굴을 보니 당신이 맞군요!

우리 집 앞에 성냥을 두고 간 소녀 맞죠?"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 맞아요! 설마 아리타운 동네에 살고 계세요?"

아저씨도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 소녀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집에 성냥이 떨어져서,

주문한 성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른 동네에 눈이 너무 많이 온 거예요.

그래서 성냥을 가져오기로 한 사람이

오늘 못 온다고 연락이 와서..

어떡하지? 하면서,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창 밖을 보는데,

세상에! 어떤 소녀가 집마다 문 앞에 성냥을

두고 가는 게 아니겠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하나님께 외쳤어요!

'오 하나님!!

주님께서 저 소녀를 보내주셨군요! 라구요.

그러고 나서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당신을 계속 지켜봤어요.


행색을 보니, 부유한 집 딸도 아닌 거 같고,

그런데 굉장히 씩씩해 보이는 소녀는 대체

왜 남의 집 문 앞에다가 성냥을 두고 간 걸까?

그리고 왜 당신은 집에 못 들어가고 있는지 궁금해서...


듀(dew)는 아저씨를 바라보았어요.

(답변을 기다리는 얼굴이었다.)

"어, 그게 그러니깐... 오늘 날씨가 굉장히 춥죠? 하하...

설명을 드리자면,

저는 잘 사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리고

성냥이 엄청 많아서 나눠주려고 했던 건

처음부터 아니었어요. 매일 성냥을 팔러 나갔지만,

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소녀는 이 부분을 굉장히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다가 깨달았어요.


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을 보고요.

그 사람들은 성냥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넘쳐서, 필요가 없는데..

제가 그들을 보고 외치고 있더라고요.

이미 가진 게 넘치는 사람에게 성냥 하나가

얼마나 필요하겠어요.


이 추운 날씨에 정말 성냥이 필요한 곳,

그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저씨가

사는 동네에 찾아가게 된 거예요.

아빠가 성냥을 다 팔고 오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그렇게 해버렸어요.


그리고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찾아가 보니,

신기하게도.. 성냥 없이도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서로의 따뜻한 온기로 말이에요.


그래서 성냥을 다 나눠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 앞까지 오기는 왔는데...

오늘은 더 혼날 거 같아서 못 들어가고 있었어요

아빠가 피곤해서 잠이 드시면 그때 조용히 들어갈까 하고요.


소녀는 멋쩍게 웃어 보였다.


그 말을 다 들은

아저씨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있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소녀가 있다니! “

아저씨는 소녀의 대답을 듣고 가만히 서 있다

뒤돌아 서서 가버렸어요.


소녀는 당황스러웠지만,

아저씨가 너무 감동받은 나머지 할 말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했어요.


듀는 다시 일어섰고 용기를 내어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예상한 대로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어요.


그날 밤

소녀는 집 밖을 나섰는데, 차 한 대가 서 있었어요,

아까 그 아저씨도 함께였어요.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어요.

"집을 나온 거니? 아니면 쫓겨난 거니?


소녀가 말했어요.

"음 쫓겨났어요..

(웃어 보이며) 쓸모없는 자식이라며..


아저씨는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말했어요.

"나는 듀, 그러니깐 당신이 한 일에 대해 듣고

너무 고마워서 정말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서

다시 이렇게 찾아왔어요. 그동안 참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당신에게 이런 상황이

일어날 거라 생각해서 다시 찾아온 거예요.


듀가 도와줄 일이 있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요?

제가요? 전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지금 당신의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고 무엇보다

당신이 보여준 그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음먹은 대로 선한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이 세상에 많지 않거든요.


아마 그랬다면 세상은 바뀌었겠지요.


아 그리고

당신은 어제 못 봤겠지만,

그 동네 사람들에게 잔치가 열렸어요.


"잔치요??? "

소녀는 입이 벌어졌다.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어제 당신이 두고 간 성냥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살피셨다고, 우리가 기도를 했더니,

우리를 불쌍히 여기셨다면서 집 앞에 성냥을 두고

가셨다고,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가지고 있는

모든 음식들을 나눠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당신은 그러질 못했더군요(미안한 표정).. “


난... 당신이 한 행동을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동네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줬어요.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그 소녀에 대해서 말이에요!


동네 사람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요?


소녀는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살며시 감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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