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Dec 01. 2019

미니멀리즘 인간관계

다 버려. 쥐고 있어 봤자 고민만 늘어난다.


외국에서 살게 돼서 비자 문제가 해결되고 의식주가 해결이 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외로움이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고등학교 동네 친구에게 '뭐 해?!, 나와'라고 해서 

서로의 중간 지점인 스타벅스에서 만나서 주야장천 수다를 떨 수 있었지만,

호주에서는 '뭐 해?!, 나와'라고 하기에는 만나는 인연들이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어릴 때 만난 사람들이 아니라 다 커서 필요에 의해서 만난 사람들이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호주에 왔을 때 외로웠던 것 같다.

만나자는 사람은 다 만나고 안 만나자는 사람도 잡아서 만나고 그랬다. 

그 친구들을 만날 때 내가 불편해도

그냥 시간 보내고 이야기하려고 만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다고 내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로움이 사라지거나 

내가 그 사람들을 만나서 위로를 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나서 자기 이야기는 안 하고 남 이야기를 했던 그 모임 덕분에 

내가 뭐 나아지거나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친구가 그래도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그룹에 내가 소속되어 있다는 안도감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본질적인 외로움은 나 스스로 채우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으며,

원래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을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는 외로움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넷플릭스는 한국어 제목 지으신 분한테 상 줘야 함. 원제는 tyding up with Marie Gondo인데...


그렇게 이방인만이 느낄 수 있는 본질적인 외로움과 

그 외로움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요즘 내 인생 전반적으로 미니멀리즘을 하고 나니 답이 보인다. 


요즘 옷을 입을 때 아니면 집에 있는 뭔가를 사용할 때 설렌다.

내가 무슨 번쩍번쩍한 옷을 입는 건 아니다. 

우리 집에 식기가 많고 그런 것도 아니다. 


꽤 오래된 평범함 티셔츠 같은 그런 옷들을 입는다.

예전에는 그런 옷을 입으면서 설레고 그런 건 없었는데,

미니멀리즘 하고 설레지 않는 옷들을 다 버리고 나니까 설레는 옷들만 남았다.


케이마트 커피 그라인더($14)에 커피콩 넣고 갈아서

뭘 잘 몰라서 중고로 샀지만 그래도 커피는 잘 내려주는

모카포트에 커피를 끓이면 그 향이 너무 좋다. 


그 커피 향이 퍼지는 그 순간이 너무 좋다. 

자리 차지하는 네스프레소 팔아버리고 나니까 넓어진 벤치탑도 좋다. 


옷이 별로 없으니까 옷 고르는 시간이 짧아졌고, 

옷들이 다 내가 좋아하는 옷이니까 입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마다 기분이 좋으니까 아이들에게도 더 많이 웃게 된다.


미니멀리즘 인간관계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설레는 관계는 공고히 하고 

설레지 않은 관계는 우연히 서로 지나가면 안녕! 하고 인사는 즐겁게 하지만 

만나는 자리는 갖지 않기로 결심했다. 


예전에는 누군가 다가오거나 

저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어라고 생각하면 앞 뒤 생각 안 하고 만나려고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하고 그러다가 만나서 의미 없는 이야기 하다가

의미 없이 연락하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신중하게 

내 인생에 저 사람을 들어오게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미니멀리즘 인간관계를 하니까

이 관계를 시작/유지할 수 있는 선택을 내가 할 수 있다는 자각과 주관이 생긴다. 

더불어 설레는 마음으로 만나러 갈 수 있는 사람들만 남겨두니까 

결과적으로는 나 자신한테도 설레고 기분 좋아진다.


친구가 없다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친구가 없다고 그 인생이 실패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로워서 친구를 무분별하게 만나는 것보다

혼자서 기준을 잡고 잘 사는 인생이 훨씬 낫다고 본다.


하지만 만나서 설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인생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반으로 줄어들며, 설렘은 배로 늘어난다.


이제 옆방에서 놀고 있는 만날 때마다 설레는 사람들을 만나러 

오늘도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러 간다.

모두, 설레는 하루가 되시기를! 


나처럼 -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리스트라도 뒷마당 큰 집이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