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있어야지 문제없다는 생각이 문제다.
애를 키우면 마음을 맞는 친구를 찾기가 정말 힘들다.
애를 같이 키우는 친구는 육아관이 안 맞아서 힘들고,
육아관이 맞아서 만난다고 하더라고
애들이 나이가 안 맞거나 같이 잘 못 놀면 같이 만나기도 어렵다.
첫째를 낳고 나서는 이렇게 친구를 소홀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진짜 체력과 시간의 짬을 내고 내서 만나기도 해 봤다.
만나서 쓸데없이 내 인생이 더 힘드네 내 육아가 더 힘드네 하는 불행 배틀에 끼다 보니
거기에서 난 육아할만한데, 우리 남편은 나한테 잘해주는데 라고 할 수 없으니
나도 같이 맞춰주고 투덜대다가 집에 오면 진이 빠졌다.
그거 싫어서 만난 다른 엄마들은
애가 옆에 있는데도 우리 애는 이게 별로야 저게 별로야.
언니 첫째는 순해서 좋겠다 하길래
거기에 병신같이 휩쓸려서 왠지 애 험담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우리 첫째는 이게 별로야 라고 애 험담을 애 앞에서 하는 미친 짓을 했었다.
그러다가 둘째가 태어나니까
친구 관계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만나고 연락하고 하는 것이 너무 힘에 부쳤다.
만나고 나면 저녁에 진이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로 직행.
이 시점에서 친구가 과연 필요한가를 심사숙고해봤다.
결론은 친구는 현시점에서 나한테는 버거운 짐이라는 것.
지금 애 둘 키우고, 글 쓰고, 내 인생을 어떻게 살지도 고민하기 바쁜 이 시점에
친구까지 만나서 내 에너지, 시간, 체력 쓰기에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안 만나기로 하니까 마음이 편해졌고
그렇게 안 만나니까 좋은 점이 생겼다.
연락 왔는지 안 봐도 되니까 핸드폰 확인을 잘 안 하게 된다.
그러니 애들을 돌볼 때 핸드폰 신경 안 쓰고 집중을 할 수 있다.
또 육아 퇴근을 하고 나서 글을 쓰거나 컴퓨터를 할 체력을 비축하게 되어서 좋다.
애 둘 데리고 꾸역꾸역 사람 안 만나고 집에서 다 같이 빈둥거릴 수 있어서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아직 수행이 덜 된 나 자신이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서 좋다.
그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내가 이렇게 육아를 잘하니까 그들을 가르치려 하거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 하며 자책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아무도 만나니까 관심도 안 생기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친구가 없어도 된다고 나 스스로 결정하니까
마음이 불편하거나 외롭거나 하지 않다.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어차피 다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고,
내 인생의 진짜 베프들은 우리 집에 있는 내 남편과 우리 애들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세계에 퍼져서 살고 있는 내 베프들은 연락을 하든 안 하든
언젠가 만나면 어제 만난 것처럼 수다를 떨 테니까 우리 관계가 어찌 될지 걱정 안 된다.
이런 식으로 끊어질 관계면 끊어내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지금은 친구 필요 없다.
아니 없어서 더 좋다.
친구를 못 만나고 친구가 없다고 하등 인생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가 없다고 스스로를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괴롭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더 좋은 일이 될 수 도 있다.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