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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Sep 26. 2020

진짜로 너 잘하고 있는 거야.

지금 그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Photo by Sarah Ardin on Unsplash


요즘 미국에서 내 20년 + 찐친인 J가

간호사 뉴그랫으로 일을 시작했다.


사실 J가 간호 공부를 한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고 걱정됐다.


힘든 간호 공부도 그렇지만

졸업하고 간호사로 일하려면

J 성격에 힘들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J의 상황에서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무조건 통과만 하고 졸업만 하면 돼! 라며 응원해주었다.


요즘 뉴그랫을 하는데

어찌나 힘들어하는지 J에게는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통화하고 나서 힘을 내는 J와 달리

통과를 끝내고 J가 너무 안쓰러워서

도리어 내가 울컥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처음 3개월은 나도 간호사로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정말 너무 힘들었다.

실습을 하고 학교에서 공부를 했던 것은

쓸모가 없었다.


정말 필요한 때 기억이 나지 않는

지식은 쓸데가 없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몸에 밴 경험이 될 때까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J에게

지금 일하러 나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넌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줬다.

J를 한심하게 본다는 프리셉터 욕도 같이 해주면서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딱 3개월만 참으라고 말해줬다.

크리스마스 때까지 참으면

내가 마국 아마존에서 크리스마스 스크럽

사서 보내준다는 말과 함께.


지금 신규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은

나가고 싶지 않고 당장 그만두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일을 하러 나가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는 것이다

근무시간 내에 사람 안 죽었고,

주어진 근무시간을 어떻게든 잘 소화했으면

누가 뭐라고 하든

J, 넌 대단하고 잘하고 있다.


또 힘들어서 연락이 오면 그렇게 말해줄까 한다.


J가 이번 크리스마스 때 내가 보내 준 스크럽을

입고 즐겁게 일 할 수 있기를.

그래서 간호 일이 그녀에게 더 나은 삶을

주는 열쇠가 되기를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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