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 사람이라는 기준은 정확히 어떤 것일까. 국적? 출신나라?
호주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를 하고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호주에서 자랐지만 한국인 부모님이 있는 사람들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이 사람들이 정말 한국 사람인지
또는 호주가 아닌 다른 국적의 사람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A 엄마.
플레이 그룹에서 만난 엄마.
어릴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지금은 호주에서 산다.
부모님은 타이완 분들.
하지만 이 엄마는 중국어(만다린)를 잘 못한다.
완벽한 호주 엑센트의 영어를 구사한다.
이 사람은 타이완 사람일까?
B군
꾸물 남편 회사에서 일을 하는 파트타임 직원/현재 학생이다.
한국 부모님과 함께 12살 때 호주로 왔다.
김치도 못 먹고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역사도 잘 모른다.
한국어는 잘하는 편이지만 영어는 완전 호주 엑센트이다.
이 사람은 한국사람일까?
C 의사
둘째를 낳고 퇴원 절차를 밟을 때, 내 상태를 체크하러 왔던 의사 중 한 명.
레지던트라고 했던가.
내가 한국사람 인걸 알고 한국어로 인사를 했다.
어릴 때 호주에 왔다고 했다.
그런데 질문은 영어로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냐며 양해를 구했다.
괜찮다고 했더니 계속 나와 영어로 대화를 했다.
완벽한 호주 엑센트의 영어.
하지만 매너는 한국스타일.
그렇다면 이 사람은 한국사람일까?
우리 아이들
호주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가진 우리 아이들.
호주에서 자라고 아마 완벽한 호주 엑센트의 영어를 구사할 것이다.
첫째는 지금 영어는 호주 엑센트다.
남편한테 그 엑센트를 배운 것 같지는 않다.
한국말도 잘하고 잘 알아듣는다.
집에서는 한국음식을 더 많이 먹고, 한국 예절도 배운다.
지금은 이중국적이지만 내가 한국에서 살 생각이 없으므로,
한국 국적은 곧 포기할 예정
(한국 국적 부모가 아이를 외국에서 낳을 경우,
무조건 한국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선택할 수 없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일까?
내가 한국에서만 살았고 저 사람들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우리 애들을 포함해서 저런 사람들도 다 한국인이지 했겠지만,
난 이제 저 사람들을 호주 사람이라고 한다.
저 사람들은 어린 시절에 한국에서 잠깐 살았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이곳에서 뿌리를 내린 호주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습관도 사고방식도 다 호주 사람일 테니까
호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예전처럼 저 사람은 한국에서 왔으니 한국 사람이야 라고 하지 않는다.
나도 호주에서 한국에서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이 살면 호주 사람이 되려나?
난 나이 들어서 호주에 왔으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두고 볼 일이다.
내 나이 60세가 넘으면 다시 포스팅하겠다.
그때 알게 되겠지.
내가 호주인인지
한국인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