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지름신이 싫어합니다.
난 돈을 잘 모은다.
잘 모으는 덕분에 호주에서 대학교 다니는 동안
비싼 등록금도 스스로 벌어서 다 내고 다녔고
집도 샀으니 돈을 잘 모은다고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 다들 알겠지만 돈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돈을 안 쓰는 것이다.
브리즈번에 2월 말부터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고
확진자가 여기저기에서 빵빵 터지는 바람에
덕분에 일주일에 자주 하던 장보기를 하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장을 몰아서 보니까
일주일에 우리 가족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확연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필요한 것만 보니까 예전보다 장 보는데 돈을 적게 쓴다.
요즘 브리즈번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나올지 모르는 지뢰밭 같다.
그래서 주로 집과 사람 없는 곳만 찾아다녀서 옷을 살 필요도 못 느끼고 있다.
이렇게 또 돈을 안 쓰게 됐다.
이렇게 돈을 쓸 일이 없다고 내 안의 지름신이 나를 내버려 두지는 않는다.
물론 나는 기본적으로 쇼핑을 싫어한다.
누가 내 쇼핑을 좀 대신해줬으면 좋겠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가 좋다고 하면 저건 사야 해! 하고 쉽게 동조한다.
그렇게 좋다고 해서 따라 샀다가 망한 경우가 많아서
충동구매를 자제하기 위한 [살 뻔 통장]을 만들어 뒀다.
내 마음속에만 있는 이 가상의 통장은 내가 뭔가를 살 뻔했는데 안 사게 되면 그 금액이 입금된다.
예를 들어, 100불이라는 A라는 물건을 사려고 하다가 안 샀다면
그 100불이라는 물건의 금액이 내 [살 뻔 통장]에 입금이 된다.
살 뻔했는데 안 샀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필요는 없는 것이었어.
휴, 100불을 '살 뻔 통장'에 저금했네.
이런 의식의 흐름인 것이다.
이렇게 하니 내가 필요 없는 물건을 안 사서 좋고 돈을 안 써서 좋다.
100불을 쓰지도 벌지도 않았지만 왠지 100불을 내가 번 느낌이다.
통장 잔고의 숫자가 올라가는 것이 나의 기쁨인데
지름신을 '살 뻔 통장'으로 자주 물리치니 잔고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우리 남편이 아직 풀타임으로 전환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지름신의 유혹이 강하다면
'살 뻔 통장'을 이용해서 이겨내시기를.
그 물건이 필요하면 사야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지금 그 물건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지금 있는 물건으로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살 삔 통장'에 얼마나 입금되었나 정산 좀 해봐야겠다.
혼자 뿌듯해하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