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는 엄마몸이 힘들다.

한국에서 제공해주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엄마(또는 아빠)가 다 해야 한다.

by 한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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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셋째를 가졌다는 소식이 바다 건너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알려졌다.

누군가는 셋째라니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누군가는 네가 셋째라니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호주니까 셋째를 가지지 라는 반응을 보였다.


호주라고 한국보다 육아가 편한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처럼 오지랖 부리는 어른들도 없고

상식적인 선으로 아이를 가르치면 되지 그 이상을 강요하는 사회분위기도 없다.

브리즈번은 교육열이 엄청나게 높다는 시드니나 멜버른(나도 잘 모르지만 듣기로)과 다르게

호주 엄마들처럼 한국 엄마들도 어려서 그렇게 공부를 시킬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분위기가 느슨하다.

거기다가 다른 지역에서 온 엄마들 말을 들어보고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다른 지역보다는

느슨하고 뒤쳐진 분위기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처럼 어릴 때부터 공부를 위한 사교육을 하거나

답을 맞히기 위한 공부를 시키지는 않는다.

차라리 체육(특히, 수영!)이나 예체능(음악 등)에 관한 사교육을 시킨다.

그것도 수영을 잘해서나 음악을 뛰어나게 잘해서 뭔가 좋은 학교에 가는 것이 아니라.

수영도 체력이 좋아지라고 하는 것이고 음악도 즐기는 음악 하나 정도 있으면 좋으니까

이런 마음으로 보내는 것 같다.


우리 애들은 아직도 하고 싶다는 것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시키기는 하지만.


거기다가 브리즈번은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 같은 경우는 저녁이 있는 삶이 있기에 남편의 육아 참여도가 굉장히 높다.

실제로 첫째의 학교에 가보면 아빠가 아이를 픽업하거나 데려다주는 집이 꽤 있다.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거기다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정말 친절하다.

아이가 뭘 하겠다고 하면 대부분 다 기다려주고 당연히 아이니까 그럴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을 해준다.


한국이었으면 주변에서 호통 백번은 날아올 일을 호주에서는 아이이기 때문에

많은 배려를 받는다.


그러니까 호주는, 아니 브리즈번은 정신적으로는 육아하기에 한국보다는 편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엄마로 육아하기가 참으로 고달프다.

급식이 없으니 프렙(0학년)부터 12학년까지 도시락을 매일 싸야 한다.

애 한 명이면 1개 애가 3명이면 3개의 도시락을 싸야 한다.


거기다가 아침에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와야 한다.

그걸 매일 해야 한다.

나중에 고학년이 되면 그냥 학교 앞에만 데려다줘도 된다는데

지금은 어려서 교실까지 데려다줘 야한다.


우리 집이야 첫째가 수영도 싫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시켜서 집으로 바로 오지만,

첫째와 함께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방과 후 평일에 하는 것이 많다.

피아노, 태권도, 수영 등을 한다.

주말에는 한국어 학교나 중국어 학교에 다니는 친구도 있다.


거기를 아이들이 셔틀버스를 타고 가느냐?!

아니다.

엄마가 다 데려다주고 기다렸다가 데리고 와야 한다.


아는 엄마는 첫째 태권도와 피아노 강습에 둘째를 데리고 가서

둘째와 맥도널드에서 한 시간 동안 있다고 첫째가 끝나면

데리고 온다고 했다.


농담 삼아 자기는 우버 기능이 달려있는 사람이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처럼 셔틀버스가 아이를 데리고 챙겨주는 시스템이 없기에

엄마가 전부 다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저렴하지는 않지만 반찬도 사 먹을 수 있고

맛있는 곳도 많지만 브리즈번은 그렇게 맛있는 곳도 별로 없고(내 기준!)

반찬도 몇 번 사 먹어봤는데 상한 것이 오기도 해서 그냥 내가 다 만든다.


돈만 있으면 한국은 사는데 편리하지만

돈만 있어도 호주는 전부 엄마가 해야 하는 느낌이다.

(물론 내니와 요리사를 쓰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말이다.)


그래서 호주는 마음적으로는 주변 간섭 없이 편하지만

육체적으로 아이를 키우기에 힘이 들고

한국은 몸은 편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주변의 압박에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 스타일이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한테 맞는 것 같다.

급식을 하지 않으니 아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내가 알고 있고

내가 데리고 다니니 적어도 아이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내가 알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호주니까 어쩌면 셋째를 갖는다는 그 말이 조금은 맞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호주 스타일이 나에게 맞아서 그래서 몸이 힘들어도 셋째를 가질 생각을 한 것 같다.


한국이었으면 내가 셋째를 가졌을까?!

둘째까지는 가졌겠지만 셋째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호주에서 하는 육아와 한국에서 하는 육아의 어려움의 결은 다른 듯하다.


어느 나라에서 육아를 하든 애를 키우는 것은

나라마다 어렵지만

세상 어떤 일보다 중요한 일이고

종종 즐거운 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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