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서 끝까지 살아남겠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되고 손자 손녀가 나한테 연애상담을 할 때까지

by 한보통
tyler-nix-V3dHmb1MOXM-unsplash.jpg Photo by Tyler Nix on Unsplash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우리 엄마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엄마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을 것 같다.


엄마가 없다니.

엄마는 얼마나 마음이 허하고 슬펐을지.

여전히 짐작도 가지 않는다.


엄마가 되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안쓰러운 사람들은

엄마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를 위험에서 몸을 바쳐 막아주고

나를 배불리 먹이고 깨끗이 입히고

더 나은 기회를 주기 위해 모든 희생을 하는 엄마(또는 아빠)가 없다는 것은

고행과 같은 이 인생에서 비바람을 막아주는 우산이 없는 것과 같다.


아니, 엄마가 뭘 해준다거나 나를 위해 뭘 한다는 것 없이

그저 엄마가 건강하게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든든한 마음이 생긴다.


그런 든든한 마음을 가질 수 없는 수많은 엄마 없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감히 나는 헤아릴 수가 없다.


그 공허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내가 몇 마디 글로 어떻게 쓸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엄마에게 할머니의 죽음에 관해서 어떤 위로의 말을 못 했다.

다들 요양원에서 그렇게 고생하다가 갔으니 호상이라고 했지만

어떤 죽음이 호상이 될 수 있을까.

더 이상 엄마를 만지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이 과연 '호'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아이들이 적어도 애 엄마 또는 애 아빠가 될 때까지

악착같이 살아남을 거다.


그래서 우리 애들이 부모가 되었을 때

내가 뭘 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여기에

단단하게 건강하게 너네 뒷심으로 받쳐줄게! 하고 존재로서 말해주고 싶다.


너네 엄마 여기 있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손 벌리라고 해주고 싶다.


그래서 어디에서 살든 어떻게 살든 든든한 마음을 주고 싶다.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을 거다.

애들 다 크고 애들이 애 엄마 아빠 되고 손자 손녀가

나한테 연애상담을 할 때까지 살아남아야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쓰디쓴 홍삼을 한 스푼 입에 털고

철분제를 꿀꺽 삼키며 수시로 스트레칭을 한다.


모든 엄마 아빠들이여!

우리 모두 끝까지 살아남읍시다.

아이들을 위해서!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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