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Oct 22. 2021

엄마! 아빠보다는 더 오래 살아!

안 그러면 억울해서 어째!

Photo by Korney Violin on Unsplash

엄마는 언제나 아빠에게 불만이 가득해 끊임없이 습관처럼 쏘아붙이셨다  

내가 기억하는 한 엄마는 언제나 그러셨다.

그런 엄마를 맞출 수 없어서

아빠는 동굴에 한참을 들어갔다 오기도 하고 입을 닫아버리기도 했다.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다.

그리고 난 이 둘이 왜 같이 사는지 이해가 안 갔다.


차라리 이렇게 살바에는 제발 이혼하라는 말에

엄마는 너희들 때문에 산다고 했다.

너희들 결혼할 때까지 산다고 했다가

요즘에는 할아버지 살아계시는 동안은 이혼은 못 한다고 하신다.


예전에는 두 분의 불화 때문에 나도 불행했었다.


요즘은 내 가정을 꾸린 나와 우리 부모님의 일은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분이 이혼한다고 나한테 뭐 해가 되는 일도 또한 득이 되는 일도 아니기에

그냥 강 건너 불구경 남의 일 팝콘 먹으며 보듯이 보고 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는 일련의 인생 변화를 겪고 나니

우리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둘 다 이혼을 안 하고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서로에게 얻을 것이 있어서 그렇다는 것.

스님 말씀대로 그대로 인용하자면,

우리 부모님도 서로에게 뜯어먹을 것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렇다는 것에

그냥 웃음이 난다.


인간은 이기적이므로 둘 다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내가 모르는 이점이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부모님 관계는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과

살아보니 사람은 다 끼리끼리 만나니

우리 부모님도 끼리끼리 비슷한 사람들이니

아직도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 엄마와 통화를 할 때

엄마가 아빠에 대한 불만을 비추면

가볍게 응수하게 된다.


얼마 전 우리 엄마와 통화를 하다가

'엄마, 엄마가 먼저 죽으면 아빠 혼자 그 재산 다 쓸 텐데 억울해서 어째.

엄마 어떻게든 아빠보다는 더 오래 살아!'라고

응원을 했더니 우리 엄마가 쿡- 하고 웃으셨다.


맨날 돈 없다고 노래를 부르시지만,

서울에 자가 아파트도 있고

저축도 좀 있는 걸로 안다.


엄마가 아빠가 벌어다 주는 돈을 악착같이 불렸고

거기에 더 불리려고 일도 꾸준히 해서 이만큼 왔는데,

혹시나 먼저 죽으면

엄마 입장에서는 그게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여기까지 어떻게 일궜는데!


그래서 무조건 아빠보다는 더 오래 살라고

우리 엄마한테 무한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혼하면 서로 잃을 것이 많아서

이혼을 안 할 것 같으니

끝까지 살아남아서 남은 재산 펑펑 쓰고 가는 편이

엄마한테 훨씬 남는 장사 같다.


엄마! 아빠보다 꼭 더 오래 살아서

남은 재산 다 탕진하고 가시기를!

나한테 줄 생각은 1도 하지 말고!


라고 이렇게 열렬히 응원 중이다.


엄마, 파이팅!


------

당연히 아빠한테도 응원 중이다.

평생을 엄마의 핍박과 같은 잔소리와

들끓는 예민함을

아빠가 지금까지 견디어냈는데

엄마보다 먼저 죽으면 얼마나 또 억울하겠는가.


아빠도 파이팅!

아빠도 혼자서 가산을 탕진할 그날을 위해!

분발하시라!








매거진의 이전글 체력이 되니까 그런 고민하는 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