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혼자 혈혈단신 유학 후 이민을 온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목을 맸던 때가 있었다.
첫째를 낳고 지금 인연이 영원히 이어질 것 같은 착각을 했었다.
그래서 뭔가 내가 저 사람한테 잘해줘야지만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노력을 하고 억지로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었다.
그렇게 노력을 해서 이어간 관계는 어느 순간 틀어지는 순간이 오곤 했다.
내가 너한테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이래 -라는 옹졸한 생각이 들어버리고
그러면 서로 감정이 상해서 인연을 끊게 되는 경우가 왕왕 생겼다.
그래서 인간관계 참 쓸데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 순간 내가 죽어라 노력을 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어주는 지인들이 있었다.
오랜만에 연락해도 반갑게 만나는 친구들이 있고
내가 뭘 해준 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나한테 잘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러고 보니 굳이 내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노력을 쏟아부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 종종 또는 자주 연락하는 지인들은
이 친구랑 무조건 같이 가겠다 하는 사람들보다는
어쩌다 보니 계속 연락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 지인이 된 사람들이 더 많다.
내 나이 앞자리 숫자도 바뀌었고 애도 셋이나 되고
체력도 떨어지는 관계로 올해부터 애써서 유지되는 인간관계는 앞으로는 다 일절 안 하기로 했다.
내가 기쁘고 동하고 그냥 해주고 싶다면 나중에 받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기쁘게 주변을 챙기기로 했다.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절대 안 하는 걸로.
여전히 좀 연습이 필요한 것 같지만
내가 노력 안 해서 떨어질 인연이면 굳이 그 인연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
서로의 상황과 각자의 이유 때문에 자연스레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인간관계의 거리를
억지로 노력해서 좁힐 필요는 없다.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말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복권이 될 놈은 어떤 번호를 선택해도 되는 것처럼
내 옆에 있을 사람들은 내가 죽을 것 같은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있어 줄 것이라는 이 깨달음이 이런 결심을 하게 했다.
인생은 정말 알 수 없고 마지막 순간 내 옆에 누가 남을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내 선택과 노력과 상관없이 삶은 그렇게 자기식대로 흘러간다.
인간관계도 그런 것 같다.
올해부터는 그 흘러가는 물결을 굳이 힘들여 막거나
방향을 틀게 하지 않고 싶다.
혹시나 부담감이 나도 모르게 들면 심호흡을 하고 털어버려야겠다.
남을 사람들은 결국 내 옆에 남는다.
이것이 인간관계의 진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