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살아서 다행이다. 1

아니었으면 거지꼴을 못 면했을 듯.

by 한보통



요즘 브리즈번은 하모니데이로 학교들이 들썩이고 있다.

브리즈번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복을 구하는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그 글을 보면서 작년에 미리 한국에서 한복을 받아놓기를

너무 잘했다며 과거의 나 자신을 칭찬해줬다.


호주에서 일 년에 한 번씩 한복을 입을 줄

애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몰랐다.

호주에 와서 한복 걱정을 할 줄이야.


이번에 친정엄마께서 애들 옷을 사서 보내주신다기에

선편으로 학교 다니면서 입을 한복을

사이즈별로 다 사자!라는 생각을 하고

한국 사이트에서 쇼핑을 시작했다.


내 것도 사기 싫어하는데

애들 것을 고르자니 진이 다 빠졌다.


몰리멜리 - 널 사야 하는 것이냐! 너무 예쁘다!


뭔가에 홀린 듯이 아이용품 및 아이 옷 관련한 섹션으로

마우스가 옮겨갔다.


클릭하는 순간 펼쳐지는 신세계.

어쩌면 옷도 저렇게 이쁜 옷이 많으며

신기한 용품도 참으로 많구나 싶었다.


혹시나 날 위한 저렴하고 예쁜 옷이 있을까 싶었는데

어머나, 이렇게 이쁜 옷들이 많을 줄이야.

보지 말았어야 했다.




호주는 별로 예쁜 것이 없다.

아니다.

어쩌면 예쁜 옷들이 많은데

내가 발견을 못하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주변에 보니 너무 예뻐서 물어본 옷이

케이마트에서 산 치마이거나

색이 너무 예뻐서 구매처를 물어본 티셔츠가

옵샵(중고샵)에서 2.5불 주고 산 티셔츠일 때도 있는 것을 보니

내 눈이 똥 눈이고 장님인가 보다.


굳이 호주 쇼핑 환경을 탓하자면

한국에서는 클릭만 하면 다 모아서 나오는데

호주에서는 타겟 갔다가 수잔 갔다가

시드 갔다가 그렇게 다 따로 가야 하니

나처럼 쇼핑 체력이 달리는 사람은

그냥 포기하고 있는 걸 입고 만다.


그래서 내가 호주에서 예쁜 옷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호주에서 살기에 망정이지

한국에서 살았으면 거지꼴을 못 면했을 것 같다.

이것저것 자꾸 사대서

과연 내 집 마련이라도 가능했으려나.


쇼핑이 불편하고

예쁜 것이 별로 없는 것이 (내 눈에 잘 안 띈다. 에잇!)

본의 아니게 호주에서 돈을 모으게 해 준 것 같다.


그래도 호주여, 좀 더 분발하여

예쁜 것 좀 많이 팔아주기를!

(아니면 내 눈에 좀 띄어주기를!)

통장이 아니라 텅장이 되어도

좋으니 말이다.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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