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한자를 가르치는 법

그런 것 없고 그냥 세 가지만 주면 됩니다.

by 한보통

내가 영어실력이 확 늘었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한 번은 고시영어 관련 책으로 영어공부해서 편입시험 봤을 때였고

두 번째는 영어학원 선생님으로 애들을 가르칠 때였다.


교실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더니

그 말이 맞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었다.


그래서 난 아이에게 뭘 가르치지 않는다.

아니 다시 정확히 말하자면

공부는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공부를 가르쳤다가

서로 마음 상하거나

내가 아이가 해야 할 배움을

떠먹여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는다.


그저 난 왕에게 바칠 진상품을

사냥하기 위해 덫을 놓고

토끼를 기다리는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그저 덫?을 놓고 기다릴 뿐이다.

(뭔가 비유가 이상한..)


요즘 우리 애들은 방학을 맞아

한자공부에 빠졌다.


심심하면 한자 퀴즈를 하는 통에

기본한자만 겨우 아는 나는

조금 괴롭다.


그래도 신나게 퀴즈를 내주는 아이들을 위해

마구 틀려주고 있다.


내가 틀리면 그렇게 애들이 좋아한다.

아니 왜?!



IMG20221221174958.jpg 오래전에 드림받은 귀중한 한자 사전



아이들을 한자를 즐겁게 배우는 방법은 이렇다.


1. 어린이 한자 사전을 사서 바닥에 놓아둔다.

2. 마법천자문(학습만화책)을 산다. 순서가 다 있을 필요는 없다.

3. 시간을 아주 아주 많이 준다.


우연히 중고로 뭘 샀는데 드림으로 한자사전을 받았다.

애들이 보려나 하고 그냥 놔뒀는데

며칠이 지난 후부터 첫째가 보기 시작하더니

둘째도 보면서 나한테 자꾸 뭐냐고 물어보길래

다 읽어줬다.


글을 읽는 첫째는 알아서 읽으니 안 물어보는데

둘째는 아직 한글을 몰라서

내가 읽어주면 자기가 또 큰소리로 읽는다.

그렇게 사전을 몇 번 읽고 또 읽고 해 줬다.


그렇게 읽다가 갑자기 안 읽던 마법 천자문을 막 읽는다.

읽으면서

-엄마! 이거 내가 아는 한자야! 이런다.

-오~대단한데.

하고 감탄해줬더니 계속 읽는다.


이제 방학이나 집에서는 아이패드도 못해

아빠 퇴근하면 잠깐 15분 내외 한국 만화 1개밖에 못 보고

학원 같은 것도 안 가니까

시간이 엄청 남는다.


둘이 막 놀다가 갑자기 조용하면 책 읽다가

또 막 놀다가 갑자기 조용해서 가보면

뭘 막 만들다가 했다.


IMG20221218121325.jpg 셋째 재우고 와 보니 이렇게 따라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쳤는지 하루종일 마법천자문을 읽더니

한자사전을 뒤적이더니

어느 순간 혼자서 한자사전에 있는 한자를

종이에 연습해서 쓴다.


-아니, 왜 공부를 하고 있어. 둘이 가서 놀아!

-엄마, 이게 노는 거야 -


이런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런가

할 일이 없어서 이제는 한자공부를 애들이 한다.


요즘 우리 첫째랑 둘째는

나한테 한자 퀴즈 내고 책에서 보는 한자나

외출해서 보이는 한자를 읽는 재미에 빠졌다.


언제까지 이 한자에 대한 열정이 계속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읽다 보면 기본한자는

자연스럽게 다 읽을 것 같다.


한국어를 깊이 있게 하려면

한자를 좀 아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나중에 언젠가 보겠지 하며 받아온 한자사전이

이렇게 유용할 줄 몰랐다.


한자사전 드림해주신 분

다음 주 목요일에 하는 100 밀리언 로또를

꼭 당첨되시기를 기도하겠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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