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근무시간이 없는 한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호주에서 부모가 일을 하려면
아이를 맡길 곳이 생각보다 마땅치 않다.
아이가 만 5세 전이면
롱데이케어에
아침 일찍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 맡길 수 있다.
(센터마다 운영시간은 다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만 5세 이후에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비포케어, 애프터케어, 그리고 베케이션 케어에
맡겨야 한다.
비포케어와 애프터 케어를 아이가 한다면
최대로 12시간 이상 있을 수 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일을 할 생각을 서서히 접었다.
우리 남편이 아무리 근무시간이 유연하다지만
애들 픽업을 매일 하고
돌볼 수는 없었다.
픽업시간에 회의라도 있다면
반드시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 직업이니
안될 것 같았다.
내가 일을 하라면 외부케어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이가 그걸 원할까 싶었다.
애들은 생각보다 강해서 그래도 된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강하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엄마니까 너희는 그렇게 해야 해 -라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엄마라고 해도 아이들에게
원하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어'라는 이유로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 전 간호사로 다른 길을 물색해 볼까 해서
친한 Child health nurse한테 어떻게 하면 차일드 헬스 널스가
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방법을 알려주었다.
간호면허가 있으면 1년 트렌지션 프로그램을 하는데
주 3일 동안 아침 8시부터 저녁 4~5시까지
차일드 헬스 널스랑 같이 다니면서 배우면 된다고 했다.
저 시간이면
우리 애들은 비포케어, 애프터케어 그리고 베케이션 케어에도
다녀야 한다.
안 하라면 다른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내 자식을 왜 다른 가족에게 키워달라고 해야 하는가.
난 절대 싫다.
결국 셋째가 학교 가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Child health nurse는
조용히 삭제됐다.
코로나로 인해서 이민자들이 줄어든 요인도 있다지만
아이를 주로 돌보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시간을 제공하지 않는데
누가 자발적으로 일을 하겠다고 할까 싶다.
케어서비스 부모 부담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서비스를 늘린 들
하루종일 부모 없이 맡겨진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 것이며
그 아이를 맡긴 부모도 얼마나 마음이 안 좋겠는가.
유연한 근무시간 없이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재택을 하든지
구하기 힘든 9시에 시작해서 2시에 끝나는
파트타임이나 캐주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나도 애들 학교 가면 일하고 싶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한국은 여기보다 더 힘들겠지만
호주도 만만치 않다.
Photo by Tanaphong Toochinda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