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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Apr 23. 2023

호주도 부모가 애 키우며
일 하기 힘들다.

유연한 근무시간이 없는 한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호주에서 부모가 일을 하려면 

아이를 맡길 곳이 생각보다 마땅치 않다.

아이가 만 5세 전이면 

롱데이케어에 

아침 일찍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 맡길 수 있다.

(센터마다 운영시간은 다르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만 5세 이후에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비포케어, 애프터케어, 그리고 베케이션 케어에 

맡겨야 한다.

비포케어와 애프터 케어를 아이가 한다면

최대로 12시간 이상 있을 수 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 

일을 할 생각을 서서히 접었다.


우리 남편이 아무리 근무시간이 유연하다지만 

애들 픽업을 매일 하고 

돌볼 수는 없었다.


픽업시간에 회의라도 있다면 

반드시 회의에 들어가야 하는 직업이니 

안될 것 같았다. 


내가 일을 하라면 외부케어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아이가 그걸 원할까 싶었다.


애들은 생각보다 강해서 그래도 된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강하게 키우고 싶지 않았다.


내가 엄마니까 너희는 그렇게 해야 해 -라는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내가 엄마라고 해도 아이들에게 

원하지 않는 것을 

'어쩔 수 없어'라는 이유로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 전 간호사로 다른 길을 물색해 볼까 해서 

친한 Child health nurse한테 어떻게 하면 차일드 헬스 널스가 

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방법을 알려주었다.


간호면허가 있으면 1년 트렌지션 프로그램을 하는데

주 3일 동안 아침 8시부터 저녁 4~5시까지 

차일드 헬스 널스랑 같이 다니면서 배우면 된다고 했다. 


저 시간이면 

우리 애들은 비포케어, 애프터케어 그리고 베케이션 케어에도 

다녀야 한다.


안 하라면 다른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데

내 자식을 왜 다른 가족에게 키워달라고 해야 하는가.

난 절대 싫다.


결국 셋째가 학교 가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Child health nurse는 

조용히 삭제됐다.




코로나로 인해서 이민자들이 줄어든 요인도 있다지만 

아이를 주로 돌보는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무시간을 제공하지 않는데

누가 자발적으로 일을 하겠다고 할까 싶다.


케어서비스 부모 부담 비용을 줄이고 더 많은 서비스를 늘린 들

하루종일 부모 없이 맡겨진 아이가 얼마나 행복할 것이며

그 아이를 맡긴 부모도 얼마나 마음이 안 좋겠는가.


유연한 근무시간 없이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재택을 하든지 

구하기 힘든 9시에 시작해서 2시에 끝나는 

파트타임이나 캐주얼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나도 애들 학교 가면 일하고 싶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한국은 여기보다 더 힘들겠지만 

호주도 만만치 않다.



 

Photo by Tanaphong Toochind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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