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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Apr 15. 2023

호주니까 애 셋 낳았지

맞아. 그 말은 정말 맞아.

한국에 있는 몇 없는 내 친구들과

가끔씩 연락을 할 때면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호주니까 애를 셋이나 낳았다는 말이다.


맨 처음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호주에서 친정도 없이 독박육아하는 데

무슨 그런 말을 하나 하는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에 수긍이 간다.


최근에 한국에 갔다 온 내 친구가

가족이 있는 것 빼고는

진짜 너무 고생했다는 불평을 했다.


유모차에 애를 태워서 갔는데

지하철 타러 갔다가

승강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한참 동안

못 탔단다.

사람들이 아무도 양보 안 해주고 들어가려고 하면

앞에서 다 차버려서 완전 고생.

겨우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 많은데 지하철에 왜 유모차를 들고 왔냐고

모르는 사람한테 또 한소리 들어서 고생.

역사에 내려서는 엘리베이터가

아주 멀리 있는 곳 이어서

거기까지 가는데 고생.


거기까지밖에 이야기 안 했는데도

애 데리고 한국 갔다 온 적이 있어서

그 친구 말이 무슨 인지

공감할 수 있어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고생 많았겠다 하니

결국에는 그 무거운 애 데리고 아기띠 메고

돌아다녔다고 했다.


2020년 기준 한국 출산율은 0.84명이다.

돈을 수억 들여서 출산율을 높인다는데

여전히 이런 상황이라면

돈을 아무리 줘도

나라면 절대로 한국에서 애 안 낳을 것 같다.


아이와 아이를 가진 부모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민폐를 끼치는 람으로

생각해 주는데

누가 애를 낳을 것이며

그 애를 키우는 엄마가 과연 행복할까?!


브리즈번에서는 원래 문화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애가 있는 가족들이 많은

가족중심 사회여서 그런지

(2020년 호주 전체 인구조사에서

가족 비율이 전체 70프로를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에 대해서 관대하고 친절하다.


내가 아이를 셋 낳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아이들이 이뻐서도 있지만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를 가든

생판 모르는 타인이 보여주는

배려와 미소 때문이기도 했다.


거기다가 브리즈번은 커뮤니티별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내가 첫애 육아를 하면서 힘들 때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Child health nurse 같은 제도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그런 사회적 배려와 미소, 사회적 제도를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을까?


한국에 가끔씩 가서 겪는 나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는 대답을 하는데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더 아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

애 한 명도 아니라 아예 안 낳았을 것 같다.


'네가 호주 사니까 애 셋이나 낳았지.'

그 말은 정말 맞는 말이다.



Photo by Fé Ngô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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