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보통 Nov 29. 2019

[연애시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

결혼하기 전에 자신에게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

우리는 호주 대학교 QUT에서 language exchange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났다.

둘 다 QUT 학생이었다.

난 아이엘츠 시험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고,

꾸물남편은 한국 교환학생으로 가기 전에 부족한 한국어를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했다.


우리는 매칭이 된 지 2개월 만에 사귀기 시작했고,

사귄 지 4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리고 결혼생활 7년 차. 아직도 잘 살고 있다.


꾸물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꾸물 남편을 다각도로 4개월간 살펴봤다.

내가 연애를 안 해본 것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누구나 그렇듯 가슴 두근거렸던 사랑이 믿을 수 없게도

어느 순간 스르륵 사라져 버리는 사랑의 덧없는 속성을 어느 정도 알기에  

꾸물남편이 아무리 잘해줘도 연애 초반이라서 잘해준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꾸물남편이 프러포즈를 했을 때 결혼하고 나서도 해서는 안 되는 세 가지를 말했고 

그 세 가지를 그만 할 수 없다면 나는 이 결혼을 부모님이 허락하셔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 꾸물 남편은 알겠다고 했고 아직까지 그 세 가지를 아주 멀리 하고 있다.


그 세 가지는 게임, 도박, 그리고 잘 알지 못하는 투자 (대표적으로 주식)를 그만두는 것이었다.

꾸물 남편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정말 오래 했다.

거의 8년 동안 했다고 했다.

나 만나기 전에 이제 지겨워서 안 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연애 초에는 남자들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니까

정말이면 탈퇴하고 계정 없애라고 했다.

꾸물남편은 그 날로 전부 없앴다.


꾸물남편은 온라인 겜블링도 했는데

나한테 포커는 승률 게임이라면서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나를 설득하려고 했는데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탈퇴하라고 했다.

결국 탈퇴하고 아이디를 전부 없앴다.


마지막으로 꾸물남편이 투자를 한 돈이 좀 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국제 경제 악화로 손해를 봤다.

이번해 6월 말에 시누이가 한국에서 돌아오면서

우리가 새로 차를 사야 했는데 딱 차 값만큼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았다.

그 투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은 모르는 투자를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내가 꾸물남편에게 하지 말라는 세 가지로 돈을 버는 전문가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내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저 세 가지는

사람의 시간을 비생산적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세 가지를 즐겨하는 사람을 내가 존경하면서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저 세 가지로 돈을 한 달에 1억 벌어준다고 해도 그런 돈 나는 필요 없다고 꾸물 남편에게 말했다.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므로.

어떻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한 문제라고 나는 생각했으니까. 


다 나처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결혼 전에 남자 친구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한다. 


'내가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점 중에서 내가 지금 견디기 힘들지만

결혼 후에 고쳐지겠지 라고 하는 단점이 있을까?

그리고 그 단점을 내가 결혼 후에 견딜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이 예스이고 결혼 후에 견딜 수 없다 라면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 


창문의 작은 금이 시간이 흐르면 그 창문을 산산조각 낼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작아 보였던

그 단점은 결혼 후에 더 크게 보일 것이고 더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 단점을 참고 견디는 관계는 자신을 죽이는 관계다.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해야 해서,

저 남자가 돈이 많아서,

부모님이 결혼을 하라고 해서,

또는 예식장을 예약해서라든지.


어떤 이유이건 그 단점을 견딜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 관계는 다시 차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저런 단점을 견디며 답답하게 살기에는 인생이 정말 길다.   


꾸물남편과 함께 가는 긴 인생에서 그럴 일은 없기를 바란다.

꾸물남편이 가지고 있었던 (내가 생각하기에) 단점을

결혼 전에 해결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 질문에 답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자신을 지킬 수 있으니까. 

우리는 소중하니까.


불행한 둘이 되기에는 그대는 소중하고,

행복한 하나가 되어도 충분히 괜찮으니까.  


모두 행복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할 때는 이런 마음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