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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보통 Sep 04. 2020

결혼할 때는 이런 마음으로.

결혼하고 이혼해도 손해는 아닝께.

Photo by Zoriana Stakhniv on Unsplash



우리 남편과 결혼한 지 8년 차가 되었다.

호주 대학교(QUT)에서 간호 공부를 하던 나와 IT 공부를 하던 남편은

각각 영어와 한국어를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했다.


우리는 학생회에서 주관하는 언어교환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나는 간호사 면허 등록을 위한 아이엘츠 시험을 위해서였고

우리 남편은 한국으로 가는 교환학생 준비를 위한 것이었다.

(고려대학교로 가기로 결정이 다 돼서 날짜만 나오면 되는 상황이었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사귀고 사귄 지 4개월 만에 결혼했다.


겨우 5개월 봤는데 우리는 그렇게 물 흘러가듯이 후루룩 결혼했다.


이렇게 휙 만나서 결혼해서

이 남자랑 8년이나 살다니 진짜 신기하기는 하다.

그전에 만났던 사람들은 오래가도 1년을 못 갔으니까.


그런데 우리 남편과는 8년이나 살았다.

더 놀라운 것은 별일이 없는 한 앞으로 계속 살 것 같다.


또 내 버킷리스트 첫 번째가 남편을 만나고 바뀌었다.

언젠가부터 우리 남편과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하고

인생을 살고 한날한시에 죽는다 - 로 써져있다.


가끔 이 첫 번째가 우리 남편과 싸우면 '우리 남편과' 부분을

성질 나서 (몰래) 지웠다가 다시 그의 이름을 쓰기는 하지만.

후후.


이렇듯 내 인생에 잘한 것을 몇 가지 뽑는다면,

아마 우리 남편이랑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은 것이 가장 최우선으로 뽑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이렇게 결혼할 줄 몰랐다.

같이 살고 싶었지만 같이 살려면 결혼해야 한다는 내 주장에

우리 남편이 맞춰주면서 결혼을 하게 됐다.


결국 학기 중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금요일에 병원에서 간호 실습하고

토요일에 혼인 등록소(Marrigate registery)에서 결혼하고

일요일에 등록금 벌러 일을 하러 갔다.


그렇게 갑자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결혼을 했다.


그때 잠깐 고민을 했었다.


겨우 4개월 진지하게 사귀고 결혼하다니

이 결혼 잘못돼서 이혼이라도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일단 이 남자랑 결혼하고 싶으니까 지금 하고

잘 안되면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자 하는 생각이었다.


설마 호주까지 우리 엄마가 영어도 못하는데

여기 와서 내 머리채를 잡겠어

뭘 어쩌겠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가벼워졌던 것 같다.


결혼을 할 때 사람들은 고민을 많이 한다.

2년 넘게 사귀어서 좀 더 알고 나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한다.

경제력이 탄탄한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저런 조건이 좋은 사람을 만나서 결혼을 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런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한다고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더글라스 케네디가 쓴 '빅 픽처'에

'결혼은 리듬이 전부다'라는 말이 나온다.

결혼은 절대적으로 서로의 리듬이 맞아야 한다.


이 리듬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같이 살아야만 알 수 있다.

살아야 봐야 이 사람과 내가 맞는지 알게 되는 것이지

그냥 연애만 해서는 절대 이 사람과 내가 맞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살아보고 결혼을 해보든지 (살아봐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지만.)

결혼을 해서 살아보는 수밖에 없다.


결혼을 정말 하고 싶은 남자를 만났다면

결혼을 해보고 이혼을 하더라도

손해는 아닝께 - 라는

마음으로 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그래야 가볍게 결혼을 생각할 수 있고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난 결혼을 강력히 추천한다.

날 낳고 기른 우리 엄마보다

나를 무한히 지지하는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의 축복이다.


모두 행복한 결혼 생활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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