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육아가 쉬운 이유는 남편 덕분.

고마워요. 남편.

by 한보통
pete-pedroza-VyC0YSFRDTU-unsplash.jpg Photo by Pete Pedroza on Unsplash

아이를 낳고 오는 산후 우울증은 90%는 남편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없다면 뭐 어쩔 수 없지만,

결혼해서 또는 같이 살아서 남편/파트너가 있다면

남편이 어떻게 하는지 따라서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 및 육아에 대한 엄마의 컨디션에 엄청난 영향이 온다.


첫째를 낳고 나서 아이가 너무 안 자고 예민해서 산후우울증이 온 줄 알았다.

그래서 애 잠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그때 남편이 나서서 잠을 내가 재워보겠다거나 하거나

내가 그냥 남편을 어떻게든 믿고 맡겼으면

우울증이 올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때는 둘 다 초보라 처음으로 주어진 부모의 역할에 어찌할 줄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육아를 너무 못해서 애한테 화만 내는 줄 알았고,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아서 자책도 엄청 했다.


첫째 때 하도 남편이 옆에서 잔소리를 너무 많이 하고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말이 많아서

진짜 뭐 하나 할 때마다

남편 설득하는 것이 애 재우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지금 돌아보니까 내 우울증은 아마도

새롭게 아빠가 되고

의욕만 앞섰던 남편 때문에도 생긴 것이 아닌가 싶다.


몇 번의 큰 다툼 후에 남편한테 세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는 내가 뭘 하겠다고 결정을 하면 이렇게 말해달라고 했다.


'잘될 거예요. 괜찮겠죠.

아내의 생각이 좋은 생각이에요'

라고 말이다.


내가 애한테 해될일 할리도 없으니까

절대 토 달지 말고 그렇게 말해달라고 했다.


두 번째는 잠은 도대체 내가 못하겠으니

첫째아이 잠을 재워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다.


세 번째는 재택근무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알아볼 것이었다.

남편이 집에 있으니까 밥 차리고 신경 쓰고 그런 것이 힘겨웠다.


그렇게 세 가지를 해달라고 했더니 남편이 진짜로 세 가지를 다 해줬다.


첫 번째는 진짜 시간이 좀 걸렸지만

요즘은 내가 뭐라고 말을 해도,

토 달지 않고 좋은 생각이라고 해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 이후로 내 마음이 편해진 것처럼

남편이 자신의 몫을 하니까

내 육아도 점점 편해졌다.


요즘에도 여전히 남편이 많이 육아를 한다.

남편이 출근 전에 시간이 되면 애들 기저귀에 옷 갈아입혀주고 간다.


퇴근 후에는 오자마자 애들이랑 놀아주고 밥 먹은 후에

설거지를 위해 뒷정리를 해준다.


목욕은 당연히 남편 담당.

첫째가 밤에 깨면 재우는 것도 남편 담당.


두 아이를 어떻게 남편이 같이 재워서

내가 더 빨리 육아 퇴근을 할 방법이 없을까

요즘 기특하게 고심하고 있다.


주말에는 남편이 전부 기저귀 갈고 저녁도 만들고 애들이랑 주로 놀아준다.

그러니까 주중에는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못했던 것을

주말에는 여유를 좀 가지고 조금이라도 할 수가 있다.


이렇게 남편이 날 편하게 해 주니까 마음이 편하고,

마음이 편하니까 애들한테 화를 안 내게 된다.


육아가 원하는 대로 잘 안되고

내가 아이들에게 화만 자꾸 낸다면,

무조건 엄마 탓 만은 아니다.


같이 육아를 해야 하는 책임을 엄마에게만 전가하는

아빠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고 길러주는 아내에게

그런 스트레스를 주는 남편이 훨씬 나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내가 화를 자꾸 내게 될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이 있다면,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한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남편을 돈이라도 벌어주는 사람으로 데리고 살 것 인지


그게 아니면 문제의 원인인 남편을 치워버리든지 결정을 해야

마음의 평안을 얻고 쉽고 태평한 육아를 할 수 있다.

그래야 아이들도 잘 큰다고 생각한다.


지금 육아가 힘든 것이 전적으로 엄마가 능력이 모자라서 거나,

엄마가 인내력이 모자라서가 그런 것이 아니니까

엄마들이 부담을 크게 갖지 않고

육아에 도움도 되지 않는 자책을 그만했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남편들이 자신의 아이를 낳고 길러주는 위대한 일을 하는

아내들에게 좀 잘하기를 제발 바란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못 만났다면

남편에게 혹독한 트레이닝을 시켜서 내 마음에 들게 만들든지,

아니면 능력을 길러서 그런 놈을 치워버리는 배짱을 가졌으면 좋겠다.


애 때문에 같이 산다는

그런 상투적이고 비루한 핑계는 접어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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