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평화롭게 장을 보고 싶다
우리 애들은 사이가 좋다.
이 나이 또래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서로 싸우지 않는 이상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까 싶다.
사이가 좋아서 셋이서 잘 노니까 좋지만 밥 먹을 때나
장을 볼 때 정말 힘들다.
밥을 먹는데 셋이서 눈만 마주치며 깔깔대며 웃는다.
장을 볼 뿐인데 왜 웃고 장난치는가.
아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장을 볼 때마다 한국 가고 싶다.
한국이야 새벽배송도 있고 배달하면 식재료도 다 배달해 주지만
호주에서 그렇게 살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배달도 잘해주면 모르겠지만 배달한 식재료가 별로인 경우도 있고
잘못 배송되는 경우도 많다.
배달이 제대로 되면 갈 필요가 없지만 몇 개라도 없어서 오면
결국 그 물건을 사러 다시 가야 한다.
애 둘일 때도 서로 장난치느라 장보기 힘들었는데 셋이면 오죽하랴.
요즘엔 우리 남편이 없는 한 큰 장보기는 하지 않는다.
사야 하는 목록을 적어가도 애들 챙기느라 장난 못 치게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빼먹기 일 수다.
우리 첫째가 요즘엔 유모차를 밀어줘서 조금 편해졌지만
여전히 장보기는 다둥이 육아에서 가장 큰 시련이다.
이런 시련도 몇 년 후면 끝날 것 같다.
아이들은 크고 크면 장 보러 같이 안 가려고 할 테니까 말이다.
그때 아이들과 장 보러 다녔던 그 시절을 그리워할 것 같냐고?
그건 아닌 것 같다.
자유롭게 혼자서 장 보고 싶다.
평일에 나 혼자서 말이다!
몇 년만 참으면 그날이 온다!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